알래스카 ‘북극국립야생보호구역’ 개방 계획 최종 승인

북극곰 세마리가 미 알래스카의 뷰포트 해안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 최대 야생보호구역…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지 이번에 개발이 허용된 알래스카 동북부 북극국립야생보호구역은 남한 면적의 75%에 달하는 1900만에이커(7만6890㎢) 넓이로, 연안평원 지대 150만에이커엔 북미 대륙에서 원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추정돼왔다. 1987년 레이건 행정부를 비롯해 공화당 쪽은 이 지역에서 석유 시추 등을 줄기차게 추진해왔으나, 민주당과 환경보호단체, 알래스카 원주민들은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이를 저지해왔다. 북극권에 면해, 북미대륙에서도 가장 잘 보존된 이 지역은 북극곰과 순록 떼 등 수많은 멸종 위기 야생동물들의 서식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방 소유 토지에서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던 트럼프는 취임 이후 알래스카 북극권에서의 시추 확대를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공화당이 상하원 양원에서 다수이던 2017년 이 구역 일부를 임대 판매하는 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노닐고 있는 순록 떼 위로 경비행기 한 대가 날고 있다. AP 연합뉴스
민주당·환경단체 격한 반대…경제성도 불투명하다는데 민주당과 환경단체들은 이번 발표에 개발을 막기 위한 모든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 구역의 영구적 보호를 주장하고 있다. 알래스카야생연맹의 애덤 콜턴 사무총장은 “모든 국면에서 이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북극보호구역에서 시추하려는 그 어떤 석유기업도 평판이나 비용, 법적인 차원의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시추권 경매를 무산시키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고 민주당과 함께 의회에서 저지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대도 반대거니와 이 지역 내 석유 개발이 경제성이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에서도 셰일가스 개발로 석유가 남아돌아 석유값이 역사적인 저점인데다, 코로나19 등으로 석유 수요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극권의 석유 개발에도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 구역 내 토지 임대 경매 등으로 연방정부가 거둬들일 수입도 애초 평가의 절반도 안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애초 개발에 따른 수입이 18억달러(약 2조13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최근 이를 절반으로 낮추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4500만달러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북미대륙 최대 석유 매장량’이란 것도 기술력이 떨어지는 1980년대의 추정치다. 최근 이 지역 주변에서 이뤄진 시범 시추에선 실망스런 결과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극권 석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다가오는 대선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그간 알래스카에서 석유 개발을 줄곧 요구해온 트럼프 지지층과 공화당 의원들, 알래스카의 재계 등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조처는 민주당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전당대회 개최와 동시에 발표됐다. 트럼프는 이 조처가 발표된 직후 <폭스 뉴스> 회견에서 “북극국립야생보호구역 개발은 로널드 레이건도 하지 못하고 아무도 하지 못한 빅딜”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결국, 북극국립야생보호구역의 운명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단 토지가 임대 경매되면, 그 권리를 취소하기가 매우 어려워 설사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일부 훼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최현준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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