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아기의 성별을 지인들에게 미리 공개하는 ‘성별식별파티’. 2008년부터 미국에서 유행한 이 파티는 요란한 의식으로 각종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원인이 뱃속 태아의 성별을 지인들에게 공개하는 이른바 ‘성별 식별 파티’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삼림화재방지국은 7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에서 올들어 남한 면적의 8%인 약 200만에이커(8093㎢)의 삼림이 불탔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몇주 사이에는 사상 최대의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 시에라산맥에서 발화한 크릭 산불은 315㎢ 이상 면적을 불태우고 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22곳의 화재가 번지고 있고, 12만5천명의 소방관들이 이에 대처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최근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는 열파 현상이 지속되면서 산불 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지난 6일 섭씨 49.4도로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에서 번지고 있는 역대 최대 산불로 인한 연기가 주거지까지 퍼지고 있다. <비비시>(BBC) 화면 갈무리
고온 속 주민들의 부주의도 화재를 촉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남부 유카이파의 엘도라도 목장공원에서 지난 5일 시작된 엘도라도 화재도 28㎢ 이상을 태우며 번지고 있다. 엘도라도 화재는 태어날 아기의 성별을 식별하는 파티에서 시작됐다고 당국은 밝혔다. 캘리포니아삼림화재방지국은 이 화재가 이른바 ‘성별 식별 파티’에서 사용된 불꽃놀이 도구에 의해 야기됐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시작된 성별 발표 파티는 미국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기를 얻고 있다. 태어날 아기의 성별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이를 추측케하는 여러가지 독창적이고 요란한 방식들이 동원되는데, 이런 의식들이 주변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성별 식별 파티는 이전에도 화재 등 각종 사고를 일으켜왔다. 2017년 4월 애리조나주 삼림에서 국경순찰대원이 성별 식별 파티를 열면서 대량의 푸른색 폭죽을 터트리는 바람에 77㎢ 이상을 불태워, 800만달러의 손실을 입혔다.
2019년 10월 아이오와에서는 한 여성이 성별 식별 파티에서 사제 폭죽을 터뜨리다가 사망했다. 지난해 텍사스에서 열린 성별 식별 파티는 비행기까지 동원해 공중에서 1300리터의 분홍색 물을 투하하려다, 비행기가 추락하기도 했다.
성별 식별 파티가 야기하는 잇단 사고로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일고 있고, 이 파티를 최초로 고안한 이도 동참하고 있다. 이 파티의 개척자인 제나 커부니디스는 지난해 이제는 그런 관행을 재평가할 때가 됐다며, 요란한 파티의 의식을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