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통신위, 소셜미디어 면책특권 축소 방안 마련 나선다

파이 위원장 “소셜미디어에 특별면제권 있지 않다”
‘통신품위법’ 230조 명확히 할 규칙 제정 나설 뜻
소셜미디어 규제 담은 트럼프 행정명령 이행 취지
내부에서도 “이 시점에 어처구니 없는 시도” 비판

아짓 파이 미 연방통신위원회 의장은 15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법무 자문위원이 연방통신위에 ‘통신품위법’ 230조를 유권해석할 법적 권한이 있다고 알려 왔다”며 “230조의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규칙 제정 절차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들에 부여한 면책특권을 축소하는 방안 마련에 나선다.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아 규제 당국이 소셜미디어를 단속하도록 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명령을 집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향후 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가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짓 파이 미 연방통신위원회 의장은 15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법무 자문위원이 연방통신위에 ‘통신품위법’ 230조를 유권해석할 법적 권한이 있다고 알려 왔다”며 “230조의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규칙 제정 절차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수정헌법 1조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수정헌법 1조가 이들에게 신문사나 방송사 등 다른 미디어들에 허용되지 않은 특별면제권을 부여한 건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사용자들이 올리는 유해물 또는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해 인터넷 업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규정으로, 인터넷 초창기인 1990년대 중반 인터넷 업체들이 이용자가 게시판에 올린 명예 훼손 가능성이 있는 글로 소송을 당하자 이들 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시엔비시>(CNBC) 방송은 연방통신위가 230조를 어떻게 명확히 할지는 뚜렷하지 않지만, 소셜미디어에 대한 면책 보호 범위가 축소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파이 의장의 발언은 지난 5월 트럼프가 서명한 소셜미디어 규제에 대한 행정명령을 이행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우편투표가 선거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의 게시물에 트위터가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는’ 경고 딱지를 붙이자, 정치적 편향성을 띤 소셜미디어들이 언론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천명한 바 있다. <시엔엔>(CNN) 방송 등은 연방통신위의 움직임이 인터넷 등에 대한 직접 규제를 피해온 역사적 관행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방통신위에 통신품위법 230조를 구현할 임무가 법적으로 부여돼 있지 않은 만큼, 연방통신위가 트럼프의 요구를 이행하기 위해 230조를 명확히 할 규칙 제정 권한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아예 트럼프의 행정령령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위헌 소송까지 제기된 상태다.

연방통신위 내부에서조차 파이 의장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민주당 쪽 인사인 제시카 로젠워슬 위원은 <시엔엔> 인터뷰에서 “이 시점에 이런 시도를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소셜미디어를 향해 트럼프 및 보수세력이 정치적 편향성·검열 논란을 제기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연방통신위엔 트럼프의 발언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업무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민주당 소속 인사 제프리 스타크스도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정치적으로 동기를 가진 것으로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연방통신위가 트럼프의 명령을 따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정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