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망명 중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전날 치러진 볼리비아 대선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네번째 연임이 걸린 대통령 선거에서 부정 시비 끝에 밀려나 아르헨티나로 망명했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전 대통령이 귀국 채비를 하고 있다.
18일 치러진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에서 모랄레스의 사회주의운동(Mas) 후보 루이스 아르세 전 경제장관이 승리할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회사 시에스모리가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아르세 후보는 52.4%를 얻었다. 중도 성향 정당연대인 시민공동체의 후보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이 얻은 31.5%를 크게 앞서, 결선투표 없이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볼리비아 대선에서는 1위 후보가 50% 이상을 득표하거나, 1위가 40% 이상 득표하고 2위 후보와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아르세 후보는 대선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도 일관되게 메사 전 대통령에게 10%포인트 이상을 앞섰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아르세가 당선되면 “바로 다음날” 조국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 모랄레스는 2006년부터 13년간 집권했다. 원주민 출신 주민과 농민, 빈민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반면, 2000년대 이후 남미 좌파 지도자의 하나로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모랄레스는 3선까지만 허용한 헌법 규정을 바꾸기 위해 2016년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나 부결되자, 헌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4선 금지 규정을 무력화했다. 모랄레스는 지난해 대선에 출마한 뒤 자신의 승리를 선언했으나,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터져나왔다. 군부와 경찰까지 그의 사임을 요구하자, 결국 사임한 뒤 해외로 망명했다.
하지만 모랄레스의 지지층은 그의 사임이 사실상 쿠데타에 따른 것이라고 항의해왔다. 모랄레스 사임 뒤 꾸려진 자니네 아녜스 임시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대선을 두차례 연기한 끝에 이날 대선을 치렀다. 아녜스 임시정부의 선관위는 정확한 개표와 검표를 이유로 신속한 개표를 미룬 채, “최종적인 대선 결과는 며칠 뒤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결과 확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큰 진통이 예상된다.
임시정부는 그동안 사회주의운동과 연대 집단들이 아르세 후보의 패배 결과에 대비해 폭력 사태를 준비하고 있다며, 군부가 최종적인 결과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압도적인 영향력이 살아 있는 사회주의운동 아르세 후보의 당선을 군부 등이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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