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피터 G. 피터슨 재단 여론조사서
46%가 “트럼프 정책이 미 경제 훼손”
코로나19 팬데믹 부실 대응 등 영향
올 들어 부정 평가가 처음으로 앞서
NYT 조사서도 바이든과 거의 비슷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0일(현지시각) 이번 대선 승부처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 북서부 이리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이리/AP 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2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비해 강점으로 내세웠던 ‘경제’ 우위가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 보수층을 결집시켰던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평가마저 부정적인 쪽으로 돌아서면서, 트럼프 대선 캠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재정분야를 연구하는 ‘피터 G. 피터슨 재단’과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46%가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 경제를 훼손했다고 답변했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8~10일,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방식을 통해 실시된 이 조사(표본오차 ±3%포인트)에서 트럼프의 정책이 경제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44%에 그쳤다. 또한 트럼프 집권 전인 4년 전보다 재무적으로 나아졌다고 응답한 이들도 32%에 그쳤다. 지난해 이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저치다.
같은 날 발표된 <뉴욕 타임스>와 미 시에나대의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에 대한 트럼프의 경제 우위가 사라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지난 15~18일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 987명으로 대상으로 실시된 이 조사(표본오차 ±3.4%포인트)에서, 응답자들은 ‘누가 더 경제를 잘 운영할 것이라고 신뢰하느냐’는 물음에 트럼프(48%)와 바이든(47%)을 비슷한 비율로 꼽았다. 이처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경제 우위가 꺾인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코로나 19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3월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정책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 11%포인트나 높았다. 트럼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 했다는 비판 여론 속에, 그나마 경제는 잘 할 거라는 신뢰마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의 코로나19 재확산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다시금 급격히 오르면서 경제 회복 기대감도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파이낸셜 타임스> 조사에서 미국 경제가 1년 안에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는 답변한 이들이 10명 중 3명(31%)에 불과한 것은 이를 반영한다.
믿고 있던 경제 우위마저 무너지면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도 점점 옅어지는 분위기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전국 단위 조사에서 바이든이 각각 9.1%포인트, 9%포인트 격차로 트럼프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파이낸셜 타임스>는 1980년 대선 당시 ‘4년 전 보다 살기 나아졌냐’는 질문이 제기되면서, 현직 대통령인 지미 카터가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패배했던 사실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트럼프는 발에 땀이 나도록 경합주 유세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 나흘간 노스캐롤라이나를 방문한 걸 제외하곤 마지막 티브이(TV) 토론을 준비하며 공개 행사를 자제하고 있는 바이든과는 달리, 트럼프는 미시간과 위스콘신(17일)·노스캐롤라이나(18일)·애리조나(19일)·펜실베이니아(20일) 등 하루도 빠짐 없이 경합주 유세에 나서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