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일(현지시각) 밤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대선 전 마지막 유세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그랜드 래피즈/AP 연합뉴스
“우리는 4년 전 이곳에서 역사를 만들었고, 내일 다시 한번 역사를 만들게 될 것이다.”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3일(현지시각), ‘미국을 다시 한번 위대하게’라는 선거 구호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쓴 채 단상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가 마지막 유세 장소로 택한 이곳은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였다. 2016년 첫 대선 출마 당시 마지막 유세를 했던 곳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밀린다는 각종 예측에도 불구하고 이곳 승리를 기반으로 막판 역전승을 일궈냈던, 4년 전 기억 소환에 나선 것이다. 그는 자정을 넘겨 투표가 시작된 순간까지도 마지막 연설을 이어가며 지지자들에게 “붉은(공화당 상징색) 물결” “또 하나의 아름다운 승리”를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세 마지막 날인 이날 트럼프는 오전 9시부터 플로리다의 숙소를 출발해, 노스캐롤라이나와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4개주를 넘나들며 유세 강행군을 펼쳤다. 그가 방문한 곳들은 모두 대선 승부처로 꼽히는 경합주다. ‘현직 프리미엄’이 무색하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 경합주만 잡는다면 2016년 대선 때와 같은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쓰지 말란 법이 없다며 기대감 펌프질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유세 현장에서 “(바이든이 승리할 것이라는) 가짜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어쨌든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바이든에게 투표하는 건, 여러분을 경멸하는 사람과 아이들의 아메리카 드림을 뺏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정부의 열쇠를 넘겨주는 것”이라며 “나가서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1억명에 가까운 유권자가 사전투표(우편투표 포함)에 참여했고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지지층의 투표 참여로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줄곧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미국 우선’(America First) 기치를 내걸고 재임 중 경제 성적표를 내세워 ‘4년 더’를 호소해왔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트럼프가 이렇게까지 고전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치 못 했다. 막무가내 트럼프가 싫어도 바이든의 뜨뜻 미지근한 ‘중도주의’에도 민심이 크게 달아오르지 않았던 탓이다.
분위기가 바뀐 건,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부터다. 코로나19만 막아내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봉쇄 조처로 주춤했던 코로나19 확진자는 여름 휴가철을 지나며 다시금 무서운 속도로 불어났다. 게다가 지난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트럼프에게 또다른 악재가 됐다. 트럼프는 인종차별과 경찰의 과도한 진압 문제를 지적하는 바이든에 맞서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하며 ‘법과 질서’ 회복을 대선 전면에 내세웠다.
‘강력한 지도자’상을 내세웠음에도 지지율 반전이 이뤄지지 않자, 트럼프는 벌써부터 ‘우편투표 사기’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선 결과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전날 유세에서 “선거가 끝나자마자 변호사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트럼프는 이날도 대선 당일 소인만 찍혀 있으면, 선거 이후 3일 이내에 도착하는 우편투표를 유효표로 인정하는 펜실베이니아의 우편투표 규정을 문제 삼으며 “여러분이 결코 보지 못한 것 같은 부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우편투표 개표를 허용한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거리에 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고 비난하며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트위터는 이 글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경고 표시를 달았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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