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합주 개표결과가 불투명한 가운데, 4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3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한 채 개표 분쟁으로 치닫게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새벽 2시30분(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견을 열어, 진행 중인 개표 과정과 관련해 “우리는 대법원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투표 당일까지 당선자가 확정돼야 하며, 그 이후 진행되는 개표는 부정이라고 주장해왔다. “대법원에 갈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은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에서 진행 중인 개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는 회견에서 주요 경합주인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의 개표에서 크게 앞서서 결과가 바뀔 가능성이 없다며 사실상 승리를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에 이길 것이고, 나로서는 우리가 이미 이겼다”고 선언하면서, 선거 과정을 “우리 나라에 큰 사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대법원에 갈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투표가 중단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서 투표는 이미 종료됐는데, 트럼프가 ‘투표 중단’을 언급한 것은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에 대한 개표가 조작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와 공화당 쪽은 투표 당일 이후 도착하는 모든 우편투표의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미국의 적지 않은 주들에서는 투표 당일까지의 우편 소인이 찍혀 있으면, 투표 당일 이후에 도착해도 그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승패를 가를 곳으로 떠오른 펜실베이니아는 투표일 당일까지의 우편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가 6일까지 도착하면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은 그 유효성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제소한 상태이고, 연방대법원은 이를 선거 뒤에 심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미시간, 위스콘신은 일반적으로 우편투표 개표를 나중에 하고 있는데, 민주당 성향이 강한 우편투표가 완전히 개표돼야만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 주에서 개표가 박빙으로 진행되면서 최종 결과 집계가 늦어지면,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 쪽은 이미 선거 전부터 이런 상황을 경고하면서, 우편투표의 개표가 부정이라고 주장해왔다. 트럼프가 이날 대법원으로 갈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이번 대선은 자칫 법원의 판단에 좌우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지난 2000년 플로리다주에서 개표 분쟁이 벌어져, 한달 가까이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다가 대법원의 판결로 결정된 상황과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플로리다에서는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가 앨 고어 민주당 후보에게 537표 차이로 이기는 박빙의 결과가 나왔다. 조지 부시의 동생 젭 부시가 주지사였던 플로리다주에서 고어를 찍은 의사가 분명한 많은 표들이 무효 처리됐다. 이에 고어 쪽은 재검표를 요구했으나, 부시 쪽은 재검표 중단을 법원에 제소했다. 플로리다 법원은 재검표 중단을 결정했고, 연방대법원도 주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여, 결국 부시의 승리로 귀결됐다.
미국에서 선거업무는 주 당국에 관할권이 있어서, 연방대법원이 주 당국이나 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플로리다 개표 분쟁에서 확인된 주 당국의 선거업무 관할권을 고려하면, 펜실베이니아 등에서 투표 당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의 유효성은 인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선자가 확정되지 못한 채 벌어질 혼란은 미국 내에 큰 분쟁과 분열로 비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트럼프와 그 지지층은 이미 자신들의 선거 승리를 사실상 선언하는 상황이다. 최종 개표 결과가 바이든의 승리로 나오면 이들이 승복할지 의문이고, 법원 역시 큰 부담을 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통령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법원이 이를 사실상 결정했던 지난 2000년 플로리다 개표 분쟁보다도 더 심한 선거 분쟁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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