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새벽(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출마 때부터 패배에 승복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는 자신이 패배할 경우는 불법이나 조작된 선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며, 패배 승복 자체를 거론하지 않아왔다. 트럼프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에다 지지층을 결속해 격동시키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트럼프는 2020 대선을 앞둔 지난 7월부터 다시 선거 결과 승복을 거부해왔다.
그는 당시 <폭스 뉴스> 회견에서 ‘선거에서 패배하면 평화적 정권 이양에 협조할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 “결과를 봐야 한다”고 대답을 회피하며 선거 불복을 시사했다. 그 이후 줄곧 우편투표 등을 문제삼아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심지어 선거일 연기 주장까지 내밀기도 했다.
9월23일 기자회견에서도 우편투표가 사기라고 거듭 주장하며, “솔직히 이양은 없을 것이다.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사망한 루스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을 즉각 임명하는 이유로 대선 결과 분쟁을 들며,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법정 다툼을 벌일 것임을 예고했다. 이번 대선은 경합주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고 표차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아래 민주당에 유리한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 결과에 불복하기 위해 미리 ‘고리’를 걸어둔 것이다.
트럼프의 ‘선거 조작’ 주장은 퇴임 뒤를 대비한 거래용으로도 해석된다. 그는 대통령 취임 전후에 저지르거나 드러난 각종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일부 혐의는 영장이 발부됐으나,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집행되지 않은 채 계류 중이다. 뉴욕주 등 주검찰과 연방검찰은 트럼프 및 트럼프재단과 관련된 세금 탈루 등 각종 불법 재무처리,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등을 수사하고 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아니면 당장 기소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트럼프로서는 지지층과 함께 이번 개표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퇴임 이후 발언권과 방어력을 동시에 높이는 방법이다. 개표 분쟁을 놓고 타협하고 나중에 통 크게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면, 분규를 잠재우고 분열을 봉합하려는 바이든 쪽도 트럼프의 타협과 양보를 조건으로 그의 ‘퇴임 이후’를 고려해주지 않을 수 없다.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압박을 하다가 막판에 타협하는 모습은 트럼프가 자신의 거래 기술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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