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 매체 <폭스뉴스>의 모닝쇼 ‘폭스와 친구들’의 공동 진행자 스티브 두시(맨 왼쪽)가 5일(현지시각) 방송에 출연한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맨 오른쪽)가 부정투표 가능성을 언급하자 “(실제) 부정투표 사례를 들은 게 있냐. 있다면 말해달라”고 언급했다. 폭스뉴스와 친구들 방송화면 갈무리
“팸, 지금 부정투표라고 하셨어요?”
보수 성향 매체 <폭스뉴스>의 모닝쇼 ‘폭스와 친구들’의 공동 진행자 스티브 두시가 5일(현지시각)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팸 본디 전 플로리다 법무장관과의 인터뷰 도중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트럼프 선거 캠프 소속인 본디가 뒤늦게 도착한 우편투표를 두고 ‘부정 투표’란 표현을 쓴 걸 지적한 것이다. 본디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건 문제다”라고 어정쩡하게 답변을 하자, 두시는 다시금 “(실제) 부정투표 사례를 들은 게 있냐. 있다면 말해달라”고 압박에 나섰다. 본디는 실제 사례를 들지 못한 채 “투표용지가 버려졌다는 건 알고 있다”고 얼버무렸다.
‘폭스와 친구들’은 언론을 싸잡아 ‘가짜뉴스’라고 부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요일마다 고정 출연을 할 정도로 신뢰하던 프로그램이었다. 게다가 진행자 두시는 트럼프가 한때 자신에 대한 충성도 면에서 ‘10점 만점에 12점’이라고 평가했던 언론인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정작 트럼프가 주장하는 광범위한 투표 부정 행위에 냉정한 반응을 보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심지어 전날 <폭스뉴스> 진행자 닐 카부토는 로버트 줄리아니의 개표중단 소송 관련 기자회견 생방송 중계 도중,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시간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방송 후반 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이들이 ”그 불법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입장에선, 믿었던 폭스의 배신이라고 할 만하다. 앞서 <폭스뉴스>는 대선 당일 밤, 애리조나에서 바이든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가장 먼저 보도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제이슨 밀러 트럼프 선거캠프 선임고문이 직접 <폭스뉴스> 쪽에 연락해 예측 철회를 요구하는가 하면 트럼프 지지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폭스뉴스>의 시청률은 폭증했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미 대선 당일 5700만명이 개표 방송을 시청한 가운데 <폭스뉴스>가 1410만명 시청으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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