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각) 여성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대학 미식축구 ‘5 파워 컨퍼런스’ 정규 경기에 키커로 출전한 밴더빌트대 소속 새라 풀러(오른쪽)가 지난 25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연습 도중 동료와 손바닥을 마주 치고 있는 모습. 내슈빌/AP 연합뉴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국 대학 미식축구 ‘5 파워 콘퍼런스’ 정규 경기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 선수가 출전했다. 밴더빌트대 미식축구팀의 키커로 나선 새라 풀러가 그 주인공이다. 풀러는 28일(현지시각) 미주리 대학과의 경기 후반전(3쿼터)에 출전해 35야드 선상에서 킥오프를 날리며 미 스포츠 역사에 또 하나의 새로운 장을 썼다.
풀러가 새 역사를 쓸 기회를 잡게 된 건, 밴더빌트 미식축구팀 키커들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전원 격리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엔피아르>(NPR)에 따르면, 풀러는 이번 주 초 팀에 합류해 연습을 거쳐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날 등 번호 32번을 달고, 뒤쪽에 ‘여자처럼 경기하라’(play like a girl)고 적힌 헬멧을 쓰고 경기에 출전했다. 그의 출전에 밴더빌트 대학 트위터는 “신사숙녀 여러분, 여러분들은 지금 역사를 지켜보고 계십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아쉽게도 이날 경기에서 풀러는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밴더빌트 대학도 무득점에 그치며 41-0으로 대패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미식축구는 물론 다른 어떤 스포츠 경기에서도 뛰길 원했던 어린 소녀들을 대표할 수 있게 돼 대단히 기쁘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여성 선수로는 처음으로 28일(현지시각) 미국 대학 미식축구 ‘5 파워 컨퍼런스’ 정규 경기에 키커로 출전한 밴더빌트대 소속 새라 풀러 선수의 헬멧 뒤쪽에 ‘여자처럼 경기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연습 경기 당시 촬영된 것이다. 내슈빌/AP 연합뉴스
대학 미식축구에 여성 선수가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풀러가 뛴 ‘5파워 콘퍼런스’는 ACC, 빅텐, 빅12, PAC12, SEC 등 5개 대학 미식축구 상위권 리그가 참여하는 콘퍼런스다. 풀러에 앞서 2003년 뉴멕시코대학의 케이티 나이다가 디비전1A(FBS)에서 텍사스스테이트대학을 상대로 득점을 올렸고, 에이프릴 고스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켄트스테이트대학에서 키커로 뛰기도 했다.
경기 하루 전날 나이다는 “역사를 만들러 가자”고 적은 풀러의 트윗 메시지를 리트윗하며, “행운을 빈다. 합류를 환영한다. 에이프릴 고스와 내가 간식을 들고 기다리고 있겠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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