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국 조지아주 커밍에서 테드 크루즈 공화당 텍사스주 상원의원이 공화당 조지아주 상원의원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커밍/로이터 연합뉴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의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 인증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크루즈 및 론 존슨 등 11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자와 경합을 벌이다가 패배했던 경합주들의 선거결과에 대한 열흘간의 긴급 감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주들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6일 미 의회는 바이든 306명, 트럼프 232명으로 결정 난 지난해 12월 14일의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해서, 바이든의 당선을 최종 확정 짓는다. 6일의 인증 과정에서 의원들은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데, 크루즈 등은 이를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져 토론에 이어 해당 주의 투표 결과를 인증할지를 표결하려면, 최소 상·하원 의원 각각 1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공화당 하원의원에서도 적지 않은 의원들이 바이든 인증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모 브룩스, 조지 하이스 등 11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지난주부터 바이든 인증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140여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바이든 인증을 반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 상·하원의원들의 바이든 당선 인증 반대 움직임으로 대선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의회 안팎과 미 언론들은 전망했다.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이고, 상원에서 다수당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바이든 당선 인증 절차를 막는 행동을 금지하는 등 공화당 상원 중진들은 거부감을 명백히 드러냈다.
그들의 주장대로 하원에서 140여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인증을 반대해도, 하원 435명 중 과반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6일 인증 회의에서 상원 의장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인증을 거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루이 고머트 하원의원이 복수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합동회의 때 상정될 경우 부통령이 어떤 표를 반영할지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하자, 펜스 부통령은 자신에게 투표 결과를 바꿀 결정권이 없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법원은 전날 고머트 의원의 소송을 기각했다.
하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이런 움직임은 주권자들의 주권 행사를 왜곡하는 심각한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는 우려가 크다. 선거결과가 잘못됐다는 증거도 없이, 의원들이 선거결과를 거부하며 결과를 뒤바꾸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조 월시 전 하원의원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국가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하고 있다”며 “향후 어떠한 행정부에도 계속되는 위협을 자아낼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들 의원이 바이든 당선을 뒤집을 가능성이 없는데도 인증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트럼프와 지지층의 영향력 때문이다. 차기 대선 후보에 나서려는 크루즈는 트럼프를 옹호하면서 트럼프 지지층 흡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발표된 공화 하원의원들의 바이든 인증 반대 성명에 이름을 올린 8명의 펜실베이니아의 의원들은 모두 지역구가 비도시 지역으로 트럼프 지지층이 막강한 곳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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