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의사당 앞에 쳐진 펜스 뒤로 경비 인력들이 걸어가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대선 조작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 난입에 이어 오는 20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폭력 사태를 꾀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군과 치안 당국은 취임식 일주일 전인 13일부터 취임식 장소인 의사당을 비롯해 백악관 등 워싱턴 일대의 경비를 대폭 강화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 치안 당국은 트럼프 지지 세력 및 백인 극우 세력들의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 날이나 17일 등에 미국 도시 전역에서 무장 시위 등 항의 행동을 하자는 촉구가 올라오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인 20일까지 50개의 주도 및 워싱턴에서 무장단체들이 모이는 계획에 대한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일 워싱턴의 의사당 난입 때에도 전국의 각 주도에서 트럼프 지지 세력 시위와 집회가 벌어졌다.
연방수사국의 내부 통신망에는 한 단체가 만약 트럼프가 탄핵당해서 조기 하야한다면 하야하는 날 또는 정상적 퇴임 당일에 주 및 연방법원들을 “습격”하자는 요구가 있다는 경고가 올랐다고 <에이비시>(A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국방부의 한 관리는 치안 당국이 끔찍한 상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는 취임식 참석 고위 인사들 저격이나 워싱턴 상공 제한구역으로의 자살 비행체 진입, 원격조정 드론의 군중 공격, 동시다발 총격 등이 포함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연방 수사기관들은 각 지방 경찰들에게 지난주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주 정부 청사들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연방수사국은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각 주의 주도에 대한 경계경보를 발령했고, 워싱턴에도 취임식 3일 전부터 경보를 발령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취임식에 대비해 오는 16일까지 주 방위군 1만명이 워싱턴에 배치되고, 취임식 때까지 최대 1만5천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밝혔다.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은 이날 대행직에서 물러나기 전, 대통령 경호 등을 책임지는 비밀수사국(SS)에 지난주 의사당 난입 사태 등을 고려해 오는 20일 취임식 엿새 전부터 특별작전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토안보부는 13일부터 대통령 취임식에 대비한 전국특별안보행사(NSSE) 작전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작전을 통해 광범위한 보안 및 수사기관들이 도로봉쇄 같은 특별 방어 대책들을 공동으로 수행한다. 취임식이 열리는 의사당 주변에는 이미 높이 2m 넘는 철망이 세워졌다.
워싱턴과 인근의 메릴랜드주, 버지나아주는 11일 공동성명을 내어 미국인들에게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때 워싱턴을 방문하지 말고 화상으로 지켜볼 것을 촉구했다. 의사당 서쪽의 내셔널몰에 있는 워싱턴기념탑도 이날부터 24일까지 관람이 중단됐다.
트럼프는 11일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시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워싱턴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바이든 당선자의 취임식을 지원하도록 연방 정부에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은 코로나19로 인해 참가 인원이 대폭 줄어들고 퍼레이드 등 주변 행사들도 화상으로 대체되지만, 의사당 밖 야외에서의 취임 선서는 기존처럼 진행한다. 바이든 당선자는 기자들에게 “야외에서 취임 선서하는 것이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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