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전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시민들이 17일 땔감으로 쓸 나무를 가져가고 있다. 댈러스/AP 연합뉴스
미국 전역의 이상 한파로 30년 만의 혹한을 겪고 있는 텍사스주에서 17일 현재 200여만가구의 정전 피해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례적인 한파의 원인 역시 기후변화인 것으로 지목된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를 “기후변화로 북극 한기를 가뒀던 제트기류가 풀리면서 찬 공기가 남하해 일어난 기상이변 때문”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북극지역의 이상고온 현상을 반영한 북극진동 등 기상예측 지수들이 올겨울 중위도의 이상한파를 예고한다고 지적해왔다. 미국 대기환경연구소의 주다 코언 계절전망팀장은 18일 “텍사스 한파는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북극 찬 공기는 여느 해 겨울에는 북극 정점의 성층권 저압부인 극 소용돌이(폴라 보텍스)에 모여 있다. 잘 돌던 팽이는 방해를 받으면 사행(구불구불한 움직임)을 시작한다. 극 소용돌이보다 낮은 고도에서는 지구 대기권을 감싸고 도는 제트가 있다. 북극의 온난화는 이 제트를 움직인다. 코언은 “제트에서 탈출한 에너지가 극 소용돌이와 부닥치면 소용돌이는 흔들리며 사방으로 흩어진다”며 “극 소용돌이가 뻗어가는 곳에 한파가 닥친다”고 설명했다. 기상전문가들은 지난달 극 소용돌이가 두 개로 쪼개져 한파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텍사스주를 포함한 미국의 여러 주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그린에너지 확대에 골몰해왔는데, 보수 인사들이 이번 텍사스주 정전사태의 원인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때문”으로 몰아가 논란이 일고 있다.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16일 보수 성향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우리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작동이 안 되고 있다”며 “텍사스주를 전반적인 전기 부족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화석연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일부 풍력발전소 터빈이 한파에 얼어붙어 작동이 안 되고 있는 것을 과장한 것이다.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그린뉴딜이 진전되면 텍사스에서 일어난 일이 미국 전역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공포심을 부추겼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17일 “발전 비중이 높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한파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라고 정전사태의 실제 원인을 짚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우스텍사스원자력발전소 원자로 1개도 물 공급 장치가 얼어붙어 가동이 중단됐다. 16일 텍사스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천연가스, 석탄, 원자력 발전에서 가동 중단으로 손실된 전력이 30기가와트고, 풍력 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의 손실은 16기가와트로 절반 정도였다고 밝혔다.
조기원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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