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최고 권력자 라울 카스트로(오른쪽)가 19일 아바나에서 열린 쿠바 공산당 대회에서 당 제1서기로 선출된 미겔 디아스-카넬(왼쪽)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아바나/쿠바뉴스에이전시(ACM)·연합뉴스 2021-04-20
쿠바의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혁명 이후 세대인 미겔 디아스-카넬(61)이 임명됐다.
쿠바 공산당은 당대회 마지막날인 19일(현지시각) 최고 권력자 라울 카스트로(89)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당 제1서기에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선출했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디아스-카넬이 카스트로로부터 2018년 국가평의회 의장직(이후 대통령으로 개칭)에 이어 이번에 당 제1서기직까지 물려받은 것은 본격적인 권력 세대교체로 주목된다. 디아스-카넬은 1959년 쿠바 혁명 다음해에 태어난 전형적인 혁명 이후 세대이다. 그의 최고 권력자 등극은 이제 혁명 이후 세대가 이제 쿠바를 이끌어가는 시대가 됐음을 웅변한다.
실제 이번 당대회에서 카스트로와 함께 다른 혁명 원로들도 대부분 2선으로 물러났다. 당 최고 의결기구인 정치국(14명)에서는 호세 라몬 마차도 벤투라(90) 당 제2서기와 라비로 발데스(88) 부총리가 빠지고 국방장관 알바로 로페즈 미에라(77)만 남았다.
디아스-카넬은 당 제1서기로 임명된 뒤 첫 연설에서 “나라의 운명에 대한 중요한 전략적 결정에 대해선 라울 동지의 자문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혁명 전통과의 단절보다 연속성을 강조하며, 카스트로가 여전히 국정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디아스-카넬의 이런 발언은 혁명 원로들의 지지를 얻어내려는 계산된 것일 수 있지만, 실제 조속한 변화와 개방을 바라는 많은 쿠바의 젊은이들을 실망시킬 것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디아스-카넬 신임 제1서기의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미국의 경제제재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더욱 강화된 데다 최근엔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대부분의 경제 지표들이 곤두박질쳤고 생활필수품과 식료품 등을 구하기 위한 주민들의 긴 줄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최근 혼란스러운 이중환율제 폐기, 소규모 사기업의 허용 등 개혁조치가 시행됐지만, 극심한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은 도드라진 반면 성과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쿠바에 인터넷 접근이 허용되면서 어렵지 않게 표출되고 있다. 아메리칸 대학의 쿠바 전문가 윌리엄 레오그란데는 “정부와 공산당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정치적으로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아스-카넬은 쿠바의 중서부 도시 산타 클라라 출신으로 전자공학 학위를 따고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청년공산주의 조직과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료 등을 역임하는 동안 실용주의적 행정가로 명성을 얻었다. 라울 카스트로가 그의 형 피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 취임한 다음해인 2009년 교육부 장관에 임명됐고, 2012년 부통령을 거쳐 2018년 라울 카스트로로부터 국가평의회 의장(이후 대통령으로 변경)을 물려받았다.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광범한 인터넷 접근과 소규모 사기업을 허용하는 개혁조치를 지지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