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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변화 선택한 칠레, 제헌의회 선거 ‘무소속 최다의석’

등록 2021-05-18 15:26수정 2021-05-19 02:15

155석 중 48석 차지 ‘지각 변동’
불평등 항의시위 주도 인물 많아
헌법에 ‘경제민주화’ 강조 담길 듯
칠레의 제헌의회 선거와 같은 날인 17일 치러진 산티아고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이라시 하슬러(Iraci Hassler 공산당)가 손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산티아고/AFP 연합뉴스
칠레의 제헌의회 선거와 같은 날인 17일 치러진 산티아고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이라시 하슬러(Iraci Hassler 공산당)가 손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산티아고/AFP 연합뉴스
칠레 국민들이 피노체트 독재 이후에도 면면히 이어져 온 낡은 정치에 대한 단호한 결별과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칠레 전역에서 헌법 개정을 위한 제헌의회 의원 155명을 뽑는 선거가 15~16일 이틀에 걸쳐 치러진 결과, 기존 정당과 무관한 무소속 후보 48명이 당선돼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17일 보도했다. 현 집권 세력인 중도우파 연합은 37석으로 2위로 밀렸고, 이어 공산당이 28석, 다른 좌파 연합이 25석을 얻었으며, 나머지 17석은 원주민에 배정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78석, 여성이 77석으로 나뉘었다. 투표율은 42%로 낮은 편이었다.

이런 결과는 선거 전 무소속이 기껏해야 10~1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에 견주면, 지각변동이다. 칠레 유권자들의 뿌리 깊은 정치 불신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칠레 대통령 세바스찬 피녜라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기존 정치권이 “국민의 요구와 열망,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에 당선된 무소속 의원들은 2019년 10월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하며 불붙었던 대규모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교사와 작가, 언론인, 법률인,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개혁과 변화를 주장해 왔으며, 일부 친기업 쪽 인사도 있지만 대체로 진보적인 의제에 우호적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개헌은 제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개헌안이 마련되면 국민투표에 부쳐지는 절차를 밟는다. 이들 무소속 의원이 앞으로 9개월 간의 개헌 논의 과정에서 진보정당 출신 의원들과 머리를 맞대면, 국가의 역할을 제한하고 시장 자유화를 보장하는 내용의 현행 헌법은 경제민주화와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실제 개헌 과정은 무소속 의원들 하나하나의 의견을 모아야 하는 만큼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 집권 세력인 우파연합은 일방적인 개헌을 저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3분의 1 의석도 확보하지 못해 개헌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정치학자 클로디오 푸엔테스는 우파 정치인들이 개헌 논의에서 사실상 소외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산티아고 시장의 주가는 17일 9.3% 폭락했고, 페소는 달러 대비 2.0% 떨어졌다.

현행 칠레 헌법은 1973년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독재 체제가 맹위를 떨치던 1980년 제정됐다. 피노체트 정권은 당시 교육과 건강·의료 보험, 연금 등을 포함한 모든 부문에서 민간기업의 자유로운 영업을 허용하는 등 강력한 시장자유화 정책을 펼쳤으며, 이런 경제정책의 원리는 헌법에도 담겼다. 피노체트는 1990년 퇴진하고 이후 민주화가 진행됐지만, 헌법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 결과, 칠레의 경제는 성장했지만 빈부격차가 극에 달하는 후유증을 낳았다. 칠레는 라틴아메리카에서 1인당 지디피(GDP)가 가장 많은 나라지만, 상층 중산층도 교육비와 개인연금 지출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실정이라고 <아에프페>(APF)가 전했다.

이런 경제적 불평등은 결국 2019년 10월 지하철 요금 인상을 계기로 전국적 폭력 시위로 폭발하는 배경이 됐다. 이에 놀란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헌의회를 구성해 개헌하는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쳤고, 방안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바로가기: 칠레,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이 역사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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