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그레이 내전으로 약 18만명의 어린이들이 심각한 기근 상태에 처해 있다고 유엔이 밝혔다. AFP 연합뉴스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레이 지역에서 8개월간 내전을 벌이던 정부군이 후퇴 뒤 일방적 휴전을 선언했다.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레이주에 기반을 둔 반정부군인 티그레이인민해방전선(TPLF)은 28일 티그레이의 주도인 메켈레에 입성해 도시를 장악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에티오피아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티그레이 임시정부는 이날 메켈레를 떠났다. 중앙정부도 이날 ‘일방적인 휴전’을 발표했다.
티그레이인민해방전선의 대변인 게타츄 레다는 이날 <로이터>와의 위성전화 통신에서 “티그레이 수도 메켈레는 우리의 통제 하에 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연방군과 경찰들이 이날 늦게 메켈레를 버리고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티그레이인민해방전선 전투원들이 공항 등 주요 시설을 장악하는 가운데 폭죽과 축하 발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반정부군의 주도 장악 소식이 전해진 뒤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 지역에서 즉각적인 일방적 휴전을 선언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성명에서 휴전으로 “농부들은 땅을 갈고, 구호단체들은 구호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며 휴전이 경작 계절 종료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역에서 경작 계절은 9월에 끝난다. 하지만, 성명은 티그레이의 전 지도자들을 법정에 세우는 노력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그레이인민해방전선의 무장조직인 티그레이방위군(TDF)는 최근 몇주 동안 공세를 강화해왔다. 교전 격화는 이달 초 에티오피아의 총선을 겨냥한 것이었다.
티그레이인민해방전선의 메켈레 입성, 연방군과 임시정부의 철수, 중앙정부의 일방적 휴전 발표로 티그레이 내전은 반정부군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8개월 동안 지속된 티그레이 내전은 민간인 및 전투원에 대한 학살 등 양쪽의 잔혹 행위로 큰 국제적 비난을 불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와 통화했다며, “적대 행위들의 실효적인 중단이 발생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내전은 에티오피아 연방군이 지난해 11월 티그레이주에 전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반군들이 군사 기지를 공격했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티그레이인민해방전선을 6개월 안에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티그레이인민해방전선은 티그레이에서 30년간 동안 집권해온 세력이다. 티그레이인민해방전선은 연방 체제 개편을 놓고 아비 아머드 총리와 큰 알력을 빚어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비 총리는 이 내전 촉발로 국제적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수백만명의 민간인들이 인근 수단으로 피난을 갔고, 교전 상대의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대량 학살 우려가 제기됐다.
유엔은 티그레이 등 에티오피아 북부가 기근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연보고서에 따르면, 약 35만명이 티그레이 지역에서 “심각한 위기” 속에 살고 있다. 이중 18만명이 어린이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