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25일 히셈 메시시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 기능을 정지시키자, 사이에드 대통령 지지자들이 수도 튀니스에서 이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튀니스/로이터 연합뉴스
‘아랍의 봄’ 으로 민주화룰 이룬 모범 사례로 꼽혀온 튀니지에서 대통령이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 기능을 정지시키는 등 정치적 혼란이 일고 있다.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히셈 메시시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며, 행정권을 넘겨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이날 방송 연설에서 “헌법은 의회 해산을 허용하지 않지만 그 기능이 정지되도록 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에 “임박한 위험“이 있을 때 대통령이 필요한 조처를 일시적으로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튀니지에서 대통령은 외교·국방권을 보유하고 행정 등 그 밖의 사항은 총리에게 권한이 있다. 사이에드 대통령의 발표가 나온 뒤 군용차들이 의회 건물을 에워쌌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누구든 무기에 의존하고 총알을 쏘려 한다면, 군이 총알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의회 제1당이며 온건 이슬람 성향 정당 엔나흐다의 대표 라체드 간누치는 사이에드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혁명과 헌법에 반하는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2010년 12월 튀니지 남성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자살로 시작된 시위로 아랍에서는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민주화 요구 시위가 번졌다. ‘아랍의 봄’이 시작된 튀니지에서는 자인 엘아비딘 벤 알리 독재 정권이 무너졌고 이집트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후 이집트에서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고 리비아와 예멘, 시리아 등에서는 내전이 일어나, 아랍의 봄으로 실질적으로 민주화를 이룬 곳은 튀니지밖에 없다.
그러나 튀니지에서도 최근 경제 상황 악화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시민들 불만이 커졌다. 지난해 튀니지 경제 성장률은 -8.6%로 기록적 후퇴를 기록했으며, 메시시 내각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협상 중이었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인구 1100만명 가량인 튀니지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망자는 1만8000명이 넘고 지난 25일 하루 확진자 숫자도 5300명 이상이었다.
정치적으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총선 뒤 1년도 안 돼 내각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일부 시민들이 대통령 발표 뒤 수도 튀니스에서 경적을 울리며 대통령 결정을 환영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