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 상카라 전 부르키나파소 대통령의 1986년 생전 모습. AFP 연합뉴스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라고 불렸던 토마 상카라 전 부르키나파소 대통령을 살해한 혐의로 그의 죽음 뒤 권력을 27년간 차지했던 블레즈 콩파오레(70)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상카라의 비극적 죽음 뒤 34년 만에 단죄 절차가 시작된다.
<아에프페>(AFP) 통신을 보면, 서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인 부르키나파소의 군 검찰이 수도 와가두구 군사법정에서 오는 10월11일 상카라 전 대통령을 살해한 혐의로 콩파오레 전 대통령을 포함한 13명에 대한 재판을 시작할 것이라고 17일 발표했다. 13명은 국가 안보 침해와 시체 유기 혐의도 받고 있다.
오토바이를 즐겨 타고 밴드 기타리스트이기도 했던 군인 상카라는 1983년 33살 때 집권했다. 동료 콩파오레가 주도한 쿠데타 뒤에 대통령에 올랐다. 이듬해 나라 이름을 프랑스 식민지 시절 이름인 ‘오트볼타’(프랑스어로 ‘볼타강 상류’)에서 ‘부르키나파소’(최대 부족인 모시족 말로 ‘존엄하고 정직한 사람’)로 바꿨다. 상카라는 반제국주의와 사회주의, 범아프리카주의에 기초한 급진적 개혁정책을 펼쳤다. 토지와 광물자원을 국유화하고 부족장 권한을 제한했다. 여성 할례는 금지했다. 개혁정책을 추진한다며 언론 자유 제한, 반대파 탄압도 벌여 비판도 받았다.
4년 뒤인 1987년 콩파오레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켰다. 상카라의 급진적 개혁정책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이 배경이었다. 상카라는 동료 12명과 함께 37살 나이에 살해됐고 그의 주검은 버려지듯 묻혔다. 상카라 주검 발굴은 콩파오레가 27년 집권하는 동안 이루어지지 못했다. 콩파오레는 상카라가 추진했던 개혁정책 대부분을 되돌렸다. 그리곤 5선 연임을 위해 헌법을 고치려다가 민중 봉기로 2014년 쫓겨났다. 콩파오레가 쫓겨난 이듬해인 2015년 상카라 주검을 발굴해보니 주검에 10발 이상 총상을 입은 흔적이 있었다.
콩파오레와 함께 재판에 회부되는 인물 중 가장 주요한 인물은 콩파오레 정권 때 대통령 경호부대장이었던 질베르 디엥데레다. 그가 상카라 살해를 직접 지휘한 것으로 추정된다. 디엥데레는 콩파오레 축출 이듬해인 2015년 임시정부 시절에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 실패했다. 이 일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오는 10월 재판이 열려 콩파오레에게 유죄가 선고돼도 형을 집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콩파오레는 2014년 축출된 뒤 이웃나라인 코트디부아르로 가 살고 있다. 콩파오레가 스스로 부르키나파소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한 궐석재판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콩파오레는 한때 동료였던 상카라 살해 사건 관여를 부인해왔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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