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예루살렘 인근 정착촌 포기 불가” 폭탄선언
하마스는 “대화하겠다”
하마스는 “대화하겠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극심한 정정불안 속에서 8일 휴전 합의 1돌을 맞았다.
이스라엘은 7일에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날아오는 로켓 공격을 막는다며 가자지구에 공습을 퍼부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알아크사 순교자여단’ 대원 2명을 살해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주말부터 팔레스타인 공습을 계속해 무장단체 대원 10명이 숨졌다. 1년 전 휴전 합의의 당사자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총선에서 참패했고, 혼수상태에 빠진 아리엘 샤론 총리는 이미 정치적 생명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대행은 7일 요르단강 서안에 건설한 주요 정착촌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폭탄선언’을 했다. 그는 이스라엘 텔레비전과의 회견에서 아리엘, 구시 에치온, 말레 아두밈 등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3곳과 요르단계곡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스라엘 지도자가 정착촌을 거명하며 팔레스타인에 돌려줄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예루살렘에 가까운 이들 정착촌을 이스라엘이 계속 점령한다면, 예루살렘을 비롯해 요르단강 서안의 상당 부분이 이스라엘 땅이 된다. 하마스가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새 정부와 이스라엘 사이에 양보할 수 없는 대립점이 불거진 셈이다.
올메르트 총리 대행은 또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인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와는 협상할 수 없다며, 지난해 가자지구 철수와 마찬가지로 요르단강 서안에서 주요 정착촌을 뺀 나머지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스라엘 언론은 올메르트 총리 대행이 다음달 28일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이 계획에 맞춰 팔레스타인과 국경선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르단강 서안에는 현재 121개 정착촌에 24만5천여명이 살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 정착촌을 에워싸는 분리장벽 완공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선거의 승자인 하마스 지도부가 “이스라엘과 대화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칼레드 마샬은 8일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점령에 저항하는 무장투쟁은 포기할 수 없다”면서도 “이스라엘이 1967년 국경선으로 물러나고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인정한다면 이스라엘과의 ‘장기적 정전’에 합의할 수 있다”고 밝혀 협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과 서안, 가자지구에서 모두 철수한다면 이스라엘과의 투쟁을 일단 멈출 것이라는 제안이다. 대이스라엘 강경파로 꼽혀온 마샬은 6일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도 “아바스와 협력하고 이스라엘과 기존 합의를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아에 망명 중인 마샬이 이끄는 하마스 대표단은 6일부터 이집트 카이로에서 새 정부 구성과 총리 선출, 아바스 수반과 총리의 권력 분점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하마스와 아바스 수반은 16일 새 의회를 소집해 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상태여서 이달 안에 정부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마스 지도부의 카이로 회의에서 가자 이슬람대학 이사장이자 사업가인 자말 알쿠다이리가 새 팔레스타인 총리 후보로 결정됐다고 <에이피(AP)통신> 등이 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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