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의 수도 코나크리 주민들이 5일 거리로 나와 군부 쿠데타를 환영하고 있다. 코나크리/AFP 연합뉴스
서아프리카 국가 기니에서 5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쿠데타군은 이날 수도 코나크리의 대통령궁을 습격해 총격전 끝에 알파 콩데 대통령(83)을 억류하고 정부 해산을 발표했다고 <에이피>(AP)가 보도했다.
기니군 특수부대 지휘관인 마마디 둠부야 대령은 이날 국영 텔레비전에 나와 국경 폐쇄와 헌법 중지를 발표했다. 그는 “군인의 의무는 나라를 구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더는 정치를 한 사람에 맡기지 않고 국민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부 내에서 둠부야가 얼마나 지지를 받는지, 콩데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내 세력에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S)는 쿠데타를 비난하며 콩데 대통령을 즉각 놓아주지 않으면 제재를 하겠다고 위협했다. 안토니오 구헤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총으로 정부를 전복하는 어떠한 시도”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콩데 대통령의 행방은 수도 코나크리 중심가에서 총격이 발생한 이후 한동안 확인되지 않았으나, 나중에 군에 억류되어 지치고 추레한 모습이 영상에 공개됐다. 군은 콩데 대통령이 의사의 진단을 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언제 그를 풀어줄지 언급하지 않은 채 “모두 잘 될 것이다. 때가 되면 성명을 내겠다”고만 말했다.
콩데 대통령은 기니가 1958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다. 2010년 대선에서 승리한 그는 지난해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고 세 번째 대선에 당선했으나, 국민 지지도는 바닥이었다.
둠부야 대령은 쿠데타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 도로를 보고 우리 병원들의 상태를 보면 우리가 깨어나야 할 때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콩데 대통령과 둠부야 대령 사이의 긴장은 최근 제안된 군인 월급 삭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이번 쿠데타는 겨우 군부 정권에서 벗어난 기니의 정치발전에 퇴행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콩데 정부는 2010년 출범 당시 첫 민선 정부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콩데 대통령 임기 동안 기니는 정치불안과 부패, 가난에서 벗어날 정치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콩데 대통령이 헌법을 개정해 세 번째 대선에 나서면서 격렬한 유혈 반대시위가 벌어졌다.
이웃나라 세네갈에는 고향을 떠난 기니 사람들이 많다. 세네갈 다카르에 사는 한 기니인은 “쿠데타가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너무 늙고 기니 사람들에 아무 꿈도 못주면서 권력만 탐하는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