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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에볼라 퇴치는 뒷전…WHO 직원들, 콩고에서 수년간 성착취

등록 2021-09-29 09:24수정 2021-09-29 10:43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27일 프랑스 리용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 아카데미 개막식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리옹/로이터  연합뉴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27일 프랑스 리용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 아카데미 개막식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리옹/로이터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 직원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콩고에서 에볼라 퇴치 활동을 하면서 현지인들에게 성행위를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28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독립적인 조사기구의 조사 결과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뒤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세계보건기구의 윤리정책을 재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조사 보고서에서는 세계보건기구가 2018년 8월~2020년 6월 사이에 콩고 민주공화국에서 에볼라 퇴치 활동을 할 때 고용했던 직원 21명을 포함한 83명의 가해 혐의자와 몇십명의 피해자가 확인됐다. 보고서를 보면, 세계보건기구의 남성 의사와 컨설턴트, 운전사 등은 주로 젊은 현지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며 대가로 성행위를 강요했다.

가해 혐의를 받는 이들은 대부분 임시직으로 채용된 콩고인들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 의사, 컨설턴트 등 비교적 고위직에 있는 인사와 외국인도 포함돼 있다. 콩고 보건부에서 파견한 의료진 일부도 가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9월 구호활동 보도 전문기구인 ‘뉴 휴머니테어리언’과 ‘톰슨 로이터 재단’이 베니 마을의 여성 50여명으로부터 “세계보건기구와 다른 구조단체 직원들이 성행위를 강요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공개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다른 구조단체에는 유니세프, 월드비전, 옥스팜, 국경없는의사회, 알리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해 10월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구성해 1년 남짓 조사를 벌였고, 다른 구조단체 몇몇도 독자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사건은 콩고 동부지역에 에볼라가 창궐해 주민들이 전염병으로 숨지는 등 어려움을 겪자, 국제 구호기구들이 나서 직원들을 파견하던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세계보건기구도 당시 2800명을 파견했다.

조사보고서를 보면, 어떤 현지 여성은 세계보건기구의 외국인 의사에게 성행위를 강요당한 뒤 임신을 하자 낙태약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네 아이를 기르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는 또 다른 여성은 행정직원이 환경미화원을 시켜주겠다며 접근해왔다고 증언했다.

조사보고서에 성착취 피해를 진술한 이들은 여성이 63명이며 남성이 12명이다. 이들의 나이는 13살~43살 사이로 평균 20살이었다. 가장 어린 13살 소녀는 세계보건기구 운전기사가 집까지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해놓고 성폭행해 임신했다고 말했다.

많은 경우 일자리를 주겠다는 가해자들의 말은 이행되지 않았다. 이행됐더라도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가해자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했고, 거부하자마자 해고됐다는 증언도 있다.

조사보고서는 테드로스 사무총장 등 고위 인사에 대해선 언론보도 이전까지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

유엔기구가 성착취에 연루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9년엔 아이티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이 현지 여성들과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은 뒤 이들 여성과 아이들을 돌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선 평화유지군이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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