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대통령의 의회권한 정지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 지난달 26일 촬영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랍의 봄’이 시작됐던 북아프리카 국가 튀니지에서 방송국 진행자가 독재자를 풍자하는 시를 낭송했다가 체포되는 일이 일어났다.
튀니지 <지투나> 방송의 토크쇼 진행자인 아메르 아야드는 지난 3일 방송 중 이라크 시인 아흐메드 마타르의 시 ‘지배자’를 읽었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6일 전했다. 마타르는 아랍 지역의 독재자들에 대한 풍자적이고 비판적인 시를 쓰는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투나> 방송은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해와, 사이에드 대통령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방송 진행자 아야드는 토크쇼에 출연해 사이에드 대통령을 비판했던 야당 의원과 함께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는 혐의로 곧바로 체포됐다. 사흘 뒤엔 방송국에 보안 병력이 들이닥쳐 방송 장비를 몰수했다. 튀니지 당국은 “<지투나> 방송이 방송 허가도 받지 않고 불법적으로 방송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 압수 조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투나> 방송은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독재자인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대통령이 쫓겨난 한 해 뒤인 지난 2012년 설립됐다. 지난 2015년에도 일부 방송장비가 압수된 적이 있지만, 방송을 계속 해왔다.
야당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사이에드 대통령이 비판적인 언론에 입막음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튀니지 당국은 앞서 지난 7월 아무 설명 없이 <알자지라> 방송의 사무실을 전격 폐쇄한 바 있다.
2010년 말 시작됐던 아랍 국가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인 ‘아랍의 봄’ 이후 10년 이상 지난 현재 일정 정도 민주화를 성취한 나라는 튀니지 정도 밖에는 없다는 평가가 그동안 많았다. 그러나 사이에드 대통령이 지난 7월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 기능을 정지시켜, 모범국으로 꼽혔던 튀니지 상황에 대해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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