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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아프간인 도우려면 탈레반 만나야”…EU, 카불에 ‘외교공관’ 연다

등록 2021-10-25 15:00수정 2021-10-26 02:30

“탈레반 인정 의미 아니라 ‘인도적 지원’ 위한 것”
한달 내 외교공관 복귀…경호원 운용 등 탈레반과 갈등
아프간 여성 둘이 24일 카불 시내에서 서로 껴안고 탈레반 병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간 여성 둘이 24일 카불 시내에서 서로 껴안고 탈레반 병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한 달 안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외교공관을 다시 열 방침이라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은 24일 유럽연합의 외교·안보 담당 기구인 ‘유럽연합 대외활동청’(EEAS)이 카불에 공관을 만들어 유럽연합 당국자들과 외교관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나빌라 마스랄리 유럽연합 대변인은 “카불 현지에 최소 수준의 대표사무소를 마련하는 것은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것은 늘 얘기하듯 탈레반 정권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아프간 사람들을 더 가까이에서 돕고 싶고 그래서 불가피하게 탈레반과 접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의 외교관이 카불에 복귀하면 지난 8월 말 급히 이곳을 벗어난 지 12주 만에 돌아오는 게 된다. 유럽연합의 이런 방침은 인도적 지원 등을 위해 탈레반 정권과 제한된 범위에서 접촉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현지 사무소가 없으면 아프간에 약속한 10억 유로(1조3천억원) 상당의 지원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어렵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문은 탈레반 집권 후에도 아프간에 머물며 탈레반과 외교관계를 이어온 중국, 러시아, 터키의 행동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의 이런 대응은 탈레반의 갑작스런 카불 점령 이후 아프간을 떠났던 많은 나라의 외교 행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은 지난달 아프간에 예비 조사단을 보내 카불 복귀의 실효성을 검토했다. 카불에 대표사무소를 만들면, 이를 보호할 사설 경호원을 탈레반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은 카불 외교공관의 보호는 자신들의 몫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9~10일 카타르 도하에서 아프간 철군 이후 처음으로 탈레반 인사들과 만나 양국 간 현안을 협의했다. 당시 미국 역시 이 만남의 성격에 대해 “탈레반의 정통성을 인정하거나 이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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