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베냉 지역에서 번성했던 다호메이 왕국의 19세기 나무조각상이 프랑스 파리 케 브랑리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2018년 11월 23일 촬영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스가 19세기 약탈한 아프리카 문화재 26점을 되돌려줄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이 26일 보도했다.
이 문화재는 프랑스군이 1892년 아프리카 베냉의 아보메 왕궁을 약탈하며 가져온 왕좌, 제단, 조각상 등으로, 2003년 이래 파리의 케 브랑리 박물관에 보관돼 있었다. 프랑스는 통상 ‘아보메 컬렉션’이라고 불리는 이들 문화재를 오는 31일까지 대중에 공개하는 행사를 한 뒤 베냉에 반환할 계획이다. 공식 반환 협정은 다음달 9일 파리에서 서명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프랑스 의회는 식민시절 약탈한 베냉과 세네갈의 문화재를 반환하는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베냉의 우이다 역사박물관 관계자는 “아프리카 문화재를 가진 다른 나라들이 프랑스와 같은 길을 걷는다면 훌륭한 일이 될 것”이라며 “이번 26점 말고도 많은 문화재가 다른 나라에 있다. 우리는 이제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프랑스 정부 보고서를 보면, 프랑스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문화재가 9만점 넘게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년 “아프리카 유산을 아프리카에 임시로 또는 영구히 되돌려주는”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해, 아프리카 유물을 수장하고 있는 유럽의 많은 박물관이 이들 유물을 아프리카 본국에 반환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의를 촉발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독일이 몇백 점의 문화재를 나이지리아로 되돌려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보유한 문화재가 합법적으로 취득한 것이라며 반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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