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환전소 직원이 터키 리라화를 세고 있다. 앙카라/로이터 연합뉴스
터키 리라화 가치가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리라화 가치의 지속적 하락으로 물가 상승이 극심해지고 있으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는 가치 하락 유발 요인으로 지목되는 기준금리 인하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리라화 가치는 16일 장중 한때 1달러 당 10.45달러로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라화 가치 하락은 터키 중앙은행이 이번 달에 다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 때문이다. 리라화는 올해만 해도 28% 하락해 신흥국 시장 통화 중 가장 가치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통화다.
리라화 가치 하락은 기업들의 수출에는 도움이 되고 있지만 급격한 물가상승을 일으켜 시민들의 삶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달 터키 공식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9.89%로 2년 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터키 중앙은행 목표치인 5%의 4배에 육박하는 상승률이다. 이스탄불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59살 여성은 <에이피>(AP) 통신에 ”자고 일어나 보면 물건값이 올라 있다. 5ℓ 식용유를 40리라에 샀는데, 뒤에 다시 가보니 가격이 80리라가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리라화 가치 약세는 세계적인 ‘강한 달러’ 현상에도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터키 정부가 중앙은행에 압력을 가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터키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던 지난달에도 기준금리를 18%에서 16%로 내렸다. 배경에는 “금리는 모든 악의 모태”라며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중앙은행에 대한 압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19년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무라트 체틴카야 당시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하는 등 기준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기준금리 인하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 정책을 통해 투자와 수출을 늘리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려는 생각 때문으로 해석된다. 올해 터키 경제는 올해 1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루베이 애셋 메니지머트의 이코노미스트 티모시 애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경제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 2023년 재선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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