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안 정유능력 1일 400만 배럴 ↑”
중국·인도 등과 ‘석유의 축’ 형성
중국·인도 등과 ‘석유의 축’ 형성
‘에너지 안보’를 위해 중동 석유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전세계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10년 동안 중동의 석유시장 지배력 훨씬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를 위해 중동 국가들이 아시아 국가들과 제휴하는 새로운 ‘석유의 축'이 형성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5c정유시장에서도 영향력 증대=중동 국가들은 최근 고유가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오일 머니’를 신규 정유시설 건설에 투자하고 있어, 원유에 이어 휘발유, 디젤, 항공유, 석유제품 등 정제유 시장까지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 맥켄지’도 14일 보고서에서 중동 산유국들이 10년 안에 1일 정유 능력을 400만배럴 이상 늘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국가들이 2004~2030년 890억달러를 정유시설에 투자할 것으로 추산한다. 선두주자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공격적 투자를 통해 10년 안에 정유능력을 60% 늘릴 계획이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치솟는 국내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정유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중동 산유국들은 주로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동국가들은 이미 장거리 시장까지 수출을 늘리기 위해 대형 유조선들을 새로 발주하고 있다.
?5c아시아와 ‘석유의 축’ 형성=중동 국가들은 국제 석유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최근 부쩍 아시아 시장에 주목하는 ‘동진정책’을 펴고 있다. 서방 시장과 기술에 대한 절대적 의존에 벗어나기 위해서다. 중동 산유국들이 아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동과 동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석유의 축’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석유에 대한 독점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슈퍼파워로 군림해온 미국에는 경고음이 켜진 셈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쿠웨이트는 미래 시장을 겨냥해 잇따라 중국에 정유공장과 원유 저장시설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중동에서 미국 세력의 교두보였던 사우디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국왕은 1월말 석유 소비대국 중국과 인도를 나란히 방문했다. 압둘라 국왕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안정적 석유공급을 약속하는 포괄적 에너지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사우디 아람코는 중국 국영 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과 손잡고 푸젠, 칭다오 등에 정유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쿠웨이트도 지난 12월 광둥성에 하루 30만배럴의 쿠웨이트산 원유를 처리할 정유공장과 석유화학 공장을 건설하기로 서명했다. 이란에서도 시노펙이 야다바란 유전 개발권을 얻었다.
석유수출국기구(오펙) 회원국들은 전세계 원유 공급의 40%를 차지하며, 원유매장량의 75%를 가지고 있다. 중동과 러시아, 서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는 원유매장량이 계속 줄고 있고, 북미나 유럽, 러시아는 장기적 이익과 환경문제를 고려해 정유시설 투자에 주저하고 있다. “중동석유 의존도를 75% 줄이겠다”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에도 불구하고, 분석가들은 중동 의존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