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국왕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72)과 부인인 요르단의 하야 빈트 알-후세인 공주. 로이터 연합뉴스
왕실의 사치와 방탕은 자심했다. 두바이 국왕의 이혼 소송으로 이 왕가의 사치스런 생활과 방탕한 행태가 일부나마 공개됐다.
영국 런던 고등법원은 21일 두바이 국왕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72)과 부인인 요르단의 하야 빈트 알-후세인 공주(47) 이혼소송에서 무함마드에게 5억5400만파운드(약 8757억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는 영국 법원에서 진행된 이혼소송 위자료로는 역대 최대 금액이다.
무함마드는 두바이의 군주이자 통치자이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총리이다. 그는 억만장자이자, 국제적인 경마 애호가이다. 하야 공주는 그의 6명 아내 중 가장 젊은 아내이다.
이번 이혼 소송은 하야 공주의 불륜으로 촉발돼, 그동안 수없는 스캔들들이 폭로됐다. 하야 공주는 남편이 자신의 불륜을 알게 되자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2019년 초 두 자녀와 함께 영국으로 도피해서 소송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무함마드는 스파이웨어를 이용해 하야 공주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됐다. 하야 공주를 해킹한 스파이웨어가 이스라엘 보안기업 엔에스오(NSO)가 만든 ‘페가수스’로 밝혀졌고, 이 페가수스가 각국에서 반체제 인사를 사찰하는 도구로 사용됐다는 것이 폭로됐다.
무함마드는 다른 부인 사이에 태어난 두 딸인 라티파 공주와 샴사 공주가 외국 생활을 하면서 자신에게 도전하자, 이들을 납치해 오기도 했다. 하야 공주는 이 납치를 명분으로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는다고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하야 공주는 경호원과 불륜 관계를 맺었다가 이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에 돈을 건넨 것으로 이번 재판에서 확인됐다. 불륜 상대방 등 경호팀 직원 4명으로부터 불륜 폭로를 협박받자, 햐야 공주는 2018년초 670만파운드를 건넸다. 무함마드 총리 쪽은 하야 공주가 자녀들의 계좌에서 이 돈을 꺼내서 지불했다고 비난해왔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하야 공주가 자신의 돈을 썼다면 바람직했을 것이라면서도 “하야 공주가 아주 어려운 처지였다”며 “국왕에게 발각되지 않을려고 필사적이었다”고 정상을 참작했다.
이번 소송에서 하야 공주를 포함한 왕실의 극심한 사치와 방종한 생활도 공개됐다. 법원은 무함마드 총리가 하야 공주에서 일시불로 2억5천만파운드, 그리고 매년 지불할 돈에 대한 보증으로 2억9천만파운드를 은행에 예치하라고 판결했다. 하야 공주는 이런 위자료를 받기 위해 2년 반 동안 이혼 소송 법률 비용으로만 7천만파운드를 넘게 썼다고 그의 대변인이 밝혔다.
법원은 2억1천만파운드는 3개월 내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또 무함마드 총리는 하야 공주에게 교육과 재산 관리 비용으로 4150만파운드를 먼저 지급하고, 자녀의 교육과 양육을 위해 매년 560만파운드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자료에서 경호비용이 2억5150만파운드로 절반에 가깝다. 경호비는 연간 1100만파운드이다. 런던 시내 저택과 방 12개인 교외 저택 유지비, 전용기 비용, 휴가비, 말 관리비 등의 내역도 밝혀졌다. 런던 등 영국의 2개 저택을 10년마다 수리하는 비용이 1300만파운드, 자녀들의 조랑말 2마리와 말 1마리 유지비 24만파운드, 애완동물 유지비 4만2천파운드, 간호사·유모·가정교사 비용 45만파운드 등이다.
휴가 비용으로는 연 510만파운드가 책정됐다. 연간 9주는 해외에서, 2주는 영국 내에서 휴가를 즐기는데, 추가경호, 전용기, 헬리콥터 이용비 등이 포함됐다.
법원은 하야 공주가 두바이에서 누리던 생활을 토대로 이같은 위자료를 책정했다고 밝혔다. 하야 공주는 결혼 생활 동안 연간 생활비로 8300만파운드, 용돈 900만파운드 등을 받았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특별 주문제작한 보잉 747기, 헬리콥터, 슈퍼 요트 등을 이용했다. 하야 공주와 자녀를 위한 지원 인력은 80명이었다. 공주와 자녀들 지원 인력만 80명에 달했다. 이들 가족은 어느 여름에 200만파운드어치 딸기를 사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