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250㎞ 떨어진 미수라타에서 21일 무장 병력의 이동이 관찰됐다. 리비아 선거위원회는 22일 “안전에 대한 보고를 검토한 결과” 이틀 뒤로 예정된 대선 일정을 내년 1월24일로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수라타/신화 연합뉴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10년에 걸친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리비아 정국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여겨졌던 24일 대통령 선거가 전격 연기됐다. 리비아의 정상화를 바라던 국제사회는 실망감을 쏟아냈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은 22일 알하디 알사기르 리비아 선거위원회 위원장이 전날 아길라 살레 국회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기술적인 면이나 안전에 대한 보고를 검토한 결과 24일로 예정된 선거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선거위원회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을 한달 뒤인 내년 1월24일로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2011년 ‘아랍의 봄’ 때 시작된 반정부 시위로 인해 42년간 리바아를 철권 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리비아는 긴 혼란에 빠졌다. 유전지대가 많은 동부지역을 장악한 리비아국민군(LNA)과 유엔이 인정하는 리비아 통합정부(GNA)는 치열한 내전을 치렀고, 이 여파로 민간인을 포함해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다행히 지난해 10월 동·서부 정부 간 휴전협정이 체결된 뒤 올해 3월에는 임시 통합정부가 출범했다. 이들은 국가를 정상화하기 위해 24일 대선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 이슬람 카다피, 압둘 하미드 드베이바 임시정부 총리, 살레 의장, 동부 군벌인 리비아국민군의 지도자 칼리파 하프타르 등 98명이나 되는 후보가 대거 출마하며 혼란이 커졌다. 내전의 주요 세력이 저마다 후보자를 내며 후보 자격, 선거 규정을 둘러싼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그로 인해 선거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최종 후보자 명단을 공개하지 못했다. 때문에 선거가 무사히 치러져 정통성 있는 정부가 출범할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다.
선거 연기 결정에 미국 정부는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리처드 놀런드 미 국무부 리비아 특별대사는 이 결정에 “실망했다”면서도 “국민들의 열망에 따라 선거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이피> 역시 “10년에 걸친 리비아의 혼란을 끝내려는 국제적인 노력에 대한 큰 타격(major blow)”이라고 평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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