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총리직 사임을 발표한 압달라 함독. 로이터 연합뉴스
쿠데타 세력과 타협책을 모색했던 압달라 함독 수단 총리가 결국 사임했다. 가택연금을 당했다가 복귀한 지 2달 만이다.
함독 총리는 2일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대 국민 연설을 통해 “총리직을 사임한다”고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자신의 사임으로 다른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 수단 과도 정부를 “민간 민주 정부”로 전환하는 일을 마무리하기를 바란다고 했으나, 후임이 누가 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우리나라가 재앙적 상황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즉시 바로잡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당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함독은 지난 2019년 8월 군과 민간이 공동으로 꾸린 과도 정부의 총리로 취임했다. 30년간 계속됐던 오마르 바시르 독재 정권이 빵값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 끝에 2019년 4월 붕괴된 것이 계기였다. 당시 군이 바시르를 체포한 뒤 민간도 참여한 과도정부를 구성했고, 이후 그가 총리로 지명됐다. 과도 정부는 2023년에 총선을 치러 민간 정부 구성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군부가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함독 총리를 가택 연금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은 과도 정부 해산을 선언했으나,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쿠데타 세력을 규탄했다.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 군부와 함독은 권력 분점에 합의하고 함독은 총리직에 복귀했다. 민주화 단체들은 이 합의를 비판하며 함독이 군의 정부 지배를 도왔다고 비난했다.
함독은 유엔아프리카경제위원회 등에서 일했던 경제 전문가 출신으로 취임 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560억달러 차관을 들여오는 등 수단의 경제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지난해 기준 수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595달러에 그친다. 함독이 사임을 발표하기 몇 시간 전에도 수단 군은 수도 하르툼 등에서 일어난 민주화 요구 시위를 폭력적으로 해산시켰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수단 의사 위원회가 밝혔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군부 쿠데타 이후 민주화 요구 시위에 참가했던 이들 중 최소 57명이 숨졌고 수백명이 다쳤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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