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상아 무덤 앞에서 리처드 리키(왼쪽) 박사가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저명한 고인류학자이자 환경 보호 운동가 리처드 리키 박사가 2일(현지시각) 별세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전했다.
1944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고인류학자 루이스와 메리 리키의 차남으로 태어난 고인은 어려서부터 부모의 뒤를 이어 화석 찾기에 몰두했다고 한다. 불과 6살 때 생애 첫 화석인 멸종된 거대한 돼지 턱뼈를 발견했고, 16살에는 아예 학업을 중단하고 야생동물 화석을 대학이나 박물관에 팔아 돈을 벌기도 했다.
비행기 조종 자격증을 따 항공 사파리 사업도 했던 고인은 20대 초반에 가업인 고인류학 연구에 뛰어들어, 아프리카가 인류 탄생의 출발지임을 밝히는 중요한 연구 성과를 일궜다. 그는 1967년부터 20년 동안 케냐 동북부 투르카나 호수 퇴적암 지대에서 고인류 화석을 집중적으로 발굴했다. 그가 1984년에 찾아낸 호모 에렉투스 유골은 고인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꼽힌다. ‘투르카나 소년’으로도 불리는 이 유골은 약 16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지금껏 발견된 가장 완벽한 초기 인류 화석으로 평가받는다고 외신은 전했다. 처음 두개골 조각을 찾은 고인은 4년 동안 이 지역을 샅샅이 뒤져 두개골 전부와 유골 대부분을 찾아냈다고 한다.
고인은 케냐의 상아 밀렵 사냥꾼에 맞서 코끼리 보호에도 앞장섰다. 1989년 국가야생보호국 책임자로 임명돼 밀렵꾼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12톤에 달하는 상아를 불태우기도 했다.
1993년 항공기 추락으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정치인으로 변신해 정부 부패와 맞서 싸우는 등 좌절하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고인의 딸 루이즈도 고인류학자로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강성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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