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파타당 지지자들이 지난달 31일 가자지구에서 파타당 창설 57돌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40대 팔레스타인 남자가 이스라엘 당국에 무단 구금된 뒤 141일 동안 석방을 요구하는 항의 단식투쟁에서 승리했다. 테러 용의자라는 이유로 팔레스타인 주민을 재판 없이 무기한 구금하는 이스라엘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야만적인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4일 이스라엘의 무단 구금에 항의해 141일 동안 영양주사를 포함한 일체의 치료를 거부한 채 단식투쟁을 벌인 팔레스타인 주민 히샴 아부 하와시(40)의 사연을 전했다. 요르단강 서안의 건설노동자로 5명의 아이 등 가족을 부양하며 살던 하와시는 2020년 10월 이스라엘 당국에 체포됐다. 중요한 테러리스트 활동에 관여해 지역 안보와 공공의 안전을 위협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가족과 변호인은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테러 관여 혐의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하고 있다. 앞서 하와시는 2004년부터 비슷한 이유로 세 차례 체포돼 7년 넘게 옥살이를 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정식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임의 구금이었다.
체포된 뒤 하와시는 지난해 8월17일 석방을 요구하는 항의 단식에 들어갔다. 그가 이런 극단적인 방법에 호소하게 된 것은, 여섯 살 아들 이제디네의 콩팥위축증 수술을 위해 서둘러 출소한 뒤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물, 소금, 설탕만 조금씩 먹다가 얼마 안 지나 소금과 설탕을 끊었다. 175파운드(79㎏)이었던 몸무게는 85파운드(38㎏) 이하로 줄었다. 배는 쑥 들어가고 갈비뼈와 엉덩뼈는 도드라지게 튀어나왔다.
장기간 단식으로 하와시의 생명이 위태로워지자 이스라엘 당국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의 죽음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시위 등 소요를 부르고, 무단 구금 관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우려한 탓이다. 결국, 이스라엘의 군사 법원은 “하와시가 건강 악화로 더는 위험하지 않다”며 구금을 중지시키고 그를 민간 병원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석방된 것은 아니었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하와시는 단식을 계속하기로 한다.
이스라엘 당국은 결국 팔레스타인 당국의 신원 보증을 전제로 석방을 약속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자는 “그가 테러리즘에 더 관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해줬고 대신 이스라엘은 그를 다음달 석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기약 없는 구금생활을 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은 하와시가 유일한 경우가 아니다. 1967년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뒤 테러 혐의 등을 이유로 행정처분만으로 팔레스타인인을 자의적으로 무기한 구금하고 있다. 하와시처럼 오랜 기간 단식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옥중 단식투쟁은 드물지 않게 이뤄진다.
이스라엘은 행정처분만으로 구금하고 있는 이들의 숫자 공개를 꺼리고 있다. 현지 인권단체 ‘아다메르’는 이렇게 구금된 팔레스타인 주민이 500명 정도이며 여기엔 미성년자 4명도 포함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런 자의적 구금에 대해 “이미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기 위한 예방 수단”이라고 강변해 왔다. 구금의 구체적 근거에 대해서도 ”정보원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수 없는 비밀 정보”라며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도 열리지 않는 데다 구체적인 혐의 내용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구금당한 사람은 자신의 혐의를 벗어날 수 없다. 하와시의 변호인 아흐메드 사피야는 “그들은 하와시의 혐의를 입증할 어떤 증거도 내놓지 않았다. 모두 비밀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국제법은 군사점령지에서 임시 조치로 재판 없는 구금을 일부 용인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구금 관행은 이런 법 논리를 넘어선 것이라고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의 활동가 오마르 샤키르가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54년이 지나도록 재판 없는 구금을 남용하고 있다”며 “비밀 정보를 근거로 몇백명을 가두고 있는 것은 국제법이 용인하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고 비판했다. 유엔의 인권 전문가 마이클 링크도 이스라엘의 관행에 대해 “민주사회의 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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