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해안경비대 대원들이 12일 홍수가 난 파니탄 지역에서 주민들을 뗏목에 태워 대피시키고 있다. 해안경비대 제공. 파니탄/AFP 연합뉴스
남아공과 필리핀 등에서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로 모두 100명 가까이 숨졌다. 기후변화 현상으로 자연재해 피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남부 도시 더반을 포함한 콰줄루나탈에 큰비가 쏟아져 홍수와 산사태로 59명이 숨졌다고 <아에프페>(AFP)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전날에만 콰줄루나탈 북부에는 비가 206.4㎜가 내려 5개월 치 강수량이 하루에 쏟아졌다. 비는 이날 저녁 늦게까지 세차게 내린 뒤 약화할 것으로 예보되어 희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지 방송에선 강물이 불어나 다리가 떠내려가고 도로가 끊기고, 산사태가 일어나 집이 휩쓸려 내려간 화면이 보도되고 있다. 자동차도 몇십 대가 물에 잠겼고, 도로도 곳곳이 신호등만 윗부분을 삐죽 드러낸 채 물 아래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콰줄루나탈 지방정부는 “더반 주변에서만 45명이 희생됐고 일렘베 지역에서도 적어도 14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고 밝혔다. 주택도 2천채 이상 침수와 매몰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 남아공 정부는 군대까지 동원해 홍수 지역의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등 구조작업에 나서고 있다. 시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자연의 힘에 비극적인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정부의 효과적인 대응을 약속했다. 그는 13일 최대 피해지역인 더반을 13일 방문할 예정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최근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요하네스버그 대학의 매리 갤빈 교수는 “2017년 극단적인 폭풍이 불어닥치더니 2019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폭풍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엔 분명히 이를 넘어서는 재해가 일어났다”며 “우리는 가뭄과 물피해가 더 자주 더 크게 일어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도 홍수와 산사태로 43명이 숨지고 27명이 실종했다. 필리핀 동부 해안에는 올 들어 첫 열대성 폭풍 ‘메기’가 10일 상륙해, 베이베이 등에 많은 비를 뿌려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켰다. 정부 구조대와 군이 나서 시신 36구를 찾아냈으나 폭우 등 악천후가 이어지고 있어 실종자 수색 등 구조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메기의 영향으로 17개 지역에서 2만26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메기는 현재 열대성 저기압으로 약화하였지만, 필리핀 동부 해안에서는 또 다른 열대성 폭풍 ‘말라카스’가 태풍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필리핀 기상청이 밝혔다. 다만 말라카스는 필리핀에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나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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