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경찰이 22일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 주변에 배치되어 있다. 예루살렘/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21일(현지시각) 로켓포와 항공기를 동원해 공격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로켓포 한 발이 남부 이스라엘 가장의 마당에 떨어지자 몇 시간 뒤 보복조치로 가자의 중부 지역을 공습했다고 <아에프페>(AFP)가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가 운영하는 지하 로켓 공장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에 하마스도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더 쏘며 응수했다. 양쪽에서 아직 사상자가 보고되진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지난해 5월 둘 사이의 ‘11일 전쟁’ 이후 가장 격렬한 무력충돌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이번 무력충돌은 최근 몇 달 사이에 이스라엘의 점령정책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군경의 유혈충돌이 상승 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양쪽의 갈등은 이슬람의 라마단과 유대교의 유월절이 겹치면서 더 증폭됐다. 양쪽의 충돌로 지난 3월 이후 이스라엘인이 14명 숨졌고, 팔레스타인인은 23명이 희생됐다.
최근 충돌은 유대인과 이슬람인이 모두 성지로 여기는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이스라엘 이름으로는 성전산 사원)으로 옮겨붙었다.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한 뒤 분리할 수 없는 이스라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스라엘의 영토가 아닌 점령지로 규정하고 있다.
알아크사 사원에서 기도 등 종교행위는 이슬람교도에게만 허용된다. 유대인은 방문할 순 있지만, 기도는 안 된다. 그런데 최근 유대인들이 유월절을 계기로 이스라엘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알아크사 사원을 대규모 방문한 것을 놓고 갈등이 일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를 기도 허용으로 보고 제지에 나서며 경찰과 충돌한 것이다. 충돌은 21일에도 이어져, 이스라엘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 수류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고 팔레스타인 주민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맞섰다.
논란이 커지자 이스라엘의 외교장관 야이르 라피는 이날 야엘 엠퍼트 미국 국무부 차관보를 만난 뒤 “성전산에서 기존 규칙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유대교도에게 계속 기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아랍연맹의 외교부 장관들도 이날 요르단에서 모임을 갖고 “이스라엘이 알아크사 사원에서 예배자들을 공격하고 폭력을 행사한다”며 이스라엘에 기존의 성지 규칙을 존중할 것을 요구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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