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경찰이 14일 예루살렘에서 <알자지라> 기자의 관을 운구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 예루살렘/신화 연합뉴스
이스라엘 경찰이 <알자지라> 방송 기자의 장례식 행사에 난입해 참가자를 구타하고 행사를 방해했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아랍권의 대표적인 방송사인 <알자지라>의 통신원 셰린 아부 아클레는 11일 이스라엘군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공격을 취재하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와 알자지라 방송, 팔레스타인 당국은 아클레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은 아클레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교전 중 총에 맞았으며 누구 총에 맞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여성인 아클레의 장례식은 13일 예루살렘에서 거행됐다. 장례식에는 수천여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행렬엔 팔레스타인 깃발이 등장했으며 팔레스타인 민족감정을 드러내는 슬로건도 나왔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장례식 참가자들이 병원에서 아클레의 시신이 담긴 관을 운반하려 하자 섬광 수류탄을 쏘며 난입해 관을 운반하는 사람들과 장례식 참가자들에게 경찰봉을 휘두르고 팔레스타인 깃발 등을 빼앗았다. 이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스라엘 경찰은 장례식 참가자들의 행동이 공공질서를 위협했다고 해명하며 참가자들이 물병을 던지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과 국제사회는 물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정치인과 인권운동가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다. 익명의 이스라엘 경찰은 14일 현지 방송에 출연해 “장례식 참가자들이 설령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고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치고 돌을 던지더라도 경찰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인 이스라엘 경찰의 장례식 난입 영상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라고 비판했고, 유럽연합의 팔레스타인 담당 대표부도 “끔찍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팔레스타인 출신인 라시다 틀라이브는 미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폭력적인 인종주의”라며 “미국이 아무 조건없이 38억달러(4조8749억원) 규모의 군사지원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스라엘 경찰은 한발 물러섰다. 경찰청장 코비 샵타이와 공공안전 장관 오메르 바르 레브는 14일 경찰의 행동에 대해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군은 15일 ‘나크바의 날’을 전후해 최고 수준의 경계를 발령해 놓고 있다. 나크바의 날은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그곳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이 추방당한 날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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