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비산유국 요르단에 스쿠터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스쿠터의 수입을 허용하면서 연료비가 적게 드는 스쿠터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년간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해온 요르단 정부가 최근 급등한 유가 대책의 하나로 스쿠터 운행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수입 관세도 감면해 줬다. 18살 이상 국적 보유자들이 오토바이 운전면허 발급 대상자들이다.
다른 중동국가와 달리 오토바이가 금지됐던 것은 요르단만의 독특한 사정 때문이다. 도로사정이 나빠 치명적인 사고를 자주 일으키는데다, 테러를 벌이고 도주하는 데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활동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에 배기량이 적은 스쿠터만을 허용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도 암만에선 현재 4곳의 스쿠터 매장이 문을 열고 성업 중이다. 한 매장 직원인 알라아 마드르는 “국민소득 수준으로 보아 승용차보다는 스쿠터가 제격”이라며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도 훨씬 효율적이고, 교통체증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중에서 거래되는 스쿠터는 50~150㏄급으로 값은 635~2118달러(약 60만~200만원)다. 요르단 킨키사의 나빌 무나사라 사장은 “14개 모델의 스쿠터 출시를 준비 중”이라며 올 한해 5천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티피에스델타의 스쿠터를 파는 델타투자는 현재 1천여대의 주문을 받아놓고 있다.
요르단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지난해 유류가격을 10~33% 올렸다. 올해에도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유류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해 놓은 상태다. 요르단 정부는 대외원조 감소, 재정적자 증가 등을 이유로 각종 유류제품에 지급하던 보조금도 내년까지 없애기로 했다.
암만/주정훈 통신원 amin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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