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성지에 대한 폭탄공격 이후 보복전이 격화하면서 이라크가 내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집권 시아파 지도부는 보복에 나선 민병대 활동을 용인하는 발언을 했고, 수니파 지도부도 새 정부 구성 협상을 중단했다.
시아파 민병대가 수니파 사원과 신자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보복공격을 하면서 하루 사이에 사망자가 15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바그다드 시체안치소에는 22일 밤부터 23일 아침(현지시각)까지 결박을 당한 채 총에 맞은 주검 80구가 들어왔고, 바그다드 북동부에서는 버스를 타고 가던 노동자 47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번 사태는 22일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100㎞ 정도 떨어진 사마라의 아스카리야 사원에 무장세력 10여명이 침입해 황금돔 등 사원의 주요 부분을 폭파하면서 시작됐다. 아스카리야 사원은 시아파의 주요 성지다.
사원 파괴 직후 시아파 민병대원들은 로켓추진 수류탄(RPG) 등으로 100여곳의 수니파 사원을 공격했다.
이라크 정부는 종파 간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바그다드와 술라이마니아에서 통금시간을 연장했지만 보복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성직자인 그랜드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는 시아파의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정부군이 사원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수니파 지도부도 정부가 시아파의 보복을 막지 못했다며 새 정부 구성 협상을 거부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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