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최대 원유시설 압카이크 자살폭탄 시도
파괴땐 1년생산 중단돼 세계경제 마비 될수도
파괴땐 1년생산 중단돼 세계경제 마비 될수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세계 최대 원유 정제시설이 알카에다의 공격 목표로 떠올랐다. 나이지리아 등에서도 원유시설이 공격당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제 석유시장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각) 폭발물을 실은 2~3대의 차량이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의 압카이크 원유 정제시설을 향해 돌진했다. 사우디 내무부는 “두대의 차량이 압카이크에 침투하려다 보안군과 교전을 벌여 진압됐으며, 차량들은 입구 밖에서 폭발했다”고 밝혔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도 원유 생산에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카에다는 25일 인터넷에 성명을 올려 “오사마 빈 라덴의 군대가 압카이크에 성공적으로 침투했다”며 “우리의 땅이 해방될 때까지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공격을 벌인 두명의 신원도 공개했다.
2004년 외국인 석유기술자 숙소가 공격을 받은 적은 있지만, 사우디 석유 생산시설 자체가 공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사우디 원유시설을 겨냥한 알카에다의 새로운 전술이 시작됐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알카에다는 2004년 12월 “외국만 배불려주는 석유시설을 목표로 공격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는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번 공격이 전 세계 경제에 불길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공격 소식이 전해지자 24일 뉴욕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는 단숨에 배럴당 2.37달러(3.9%)나 올라 63달러를 돌파했다.
“사우디 석유산업의 급소”=압카이크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석유산업의 급소다.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원유는 이곳에서 황화수소와 물이 제거돼 안정된 상태로 바뀐 뒤 라스 탄누라로 보내져 수출된다. 사우디 하루 원유생산량 950만배럴 중 680만배럴이 이곳에서 정제된다. 전세계 원유 공급의 7%다.
압카이크 시설이 파괴되면 최소 1년은 사우디 원유생산이 마비된다. 세계 경제가 마비될 수 있는 것이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로버트 바에르는 사우디 석유에 대한 저서에서 “압카이크가 공격받으면 7개월 뒤에도 원유생산의 40% 정도밖에 회복되지 못할 것이고, 이는 1973년 오펙의 석유금수조처와 맞먹는 양”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시큐어링아메리카퓨처’ 연구소는 지난해 “사우디 원유생산이 350만배럴만 줄어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161달러로 치솟고 미국에서 200만개의 일자리가 단번에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안장벽 뚫렸나?”=사막 한가운데인 압카이크는 전기가 흐르는 세겹의 보안장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2만5천여 중무장 병력이 지키고 있다. 상공에는 헬기가 순회한다. 사우디 정부는 테러범들이 가장 바깥쪽 장벽도 뚫지 못하고 사살됐다고 발표했다. ‘철저한 보안시설의 힘’이 증명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번 공격이 훨씬 심각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알카에다는 성명에서 “전사들이 보안군을 죽이고 시설 안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서방 석유산업계 간부들은 사우디 관리들로부터 최소 1대의 차량이 첫번째 장벽을 뚫고, 주요시설로부터 1.6㎞쯤 떨어진 곳에서 폭발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공격을 막다 숨진 사우디 보안군의 한 친지도 <로이터통신>에 무장세력들이 첫 장벽의 검문소를 뚫고 들어가 2번째 검문소에서 교전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라크에서는 저항세력의 석유시설 공격이 계속되면서 미국 침공 전 하루 250만배럴이던 원유 생산이 이미 150만배럴로 추락했다. 이달 들어 세계 5위 석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의 원유시설도 분리주의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하루 50만배럴의 원유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석유시설에 대한 테러공포는 국제석유시장에는 ‘악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이라크에서는 저항세력의 석유시설 공격이 계속되면서 미국 침공 전 하루 250만배럴이던 원유 생산이 이미 150만배럴로 추락했다. 이달 들어 세계 5위 석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의 원유시설도 분리주의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하루 50만배럴의 원유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석유시설에 대한 테러공포는 국제석유시장에는 ‘악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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