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기자의 콥트 교회 화재 희생자 가족들이 14일 장례식에서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자/신화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각) 이집트의 콥트 교회에서 큰불이 나 적어도 41명이 숨졌다.
이집트 보건부는 이날 오전 카이로 인근 기자에 있는 콥트교 ‘아부 시파인 교회’에서 예배 도중 화재가 발생해 적어도 4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불이 날 당시 교회에는 약 5천명의 신자가 예배를 보고 있었다. 희생자에는 이 교회의 주교 압둘 마시흐 바키트와 어린이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예배를 보던 신도들은 불이 나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교회 건물 창문에서 도와달라 외치고 있다. 또 치솟는 불길을 피해 건물 옥상으로 대피하는 이들도 목격된다. 당시 현장에 있던 야시르 무니르는 “사람들이 3층과 4층에 모여 있었고 2층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몰려 내려가면서 넘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불이 건물 2층의 냉각 장치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보건부는 많은 희생자가 연기에 질식했거나 급히 대피하다 서로 넘어지고 밟히며 압사했다고 밝혔다.
이집트는 과거에도 화재 안전 미비 등으로 여러 차례 대형 화재를 겪었다. 2002년엔 열차에 큰불이 나 370여명이 숨졌고, 2005년엔 베니 수에프의 극장에 화재가 나 31명이 희생됐다. 또 2008년엔 이집트 의회 상원 건물에 불이 나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해엔 카이로 근처의 옷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0여명이 희생됐다.
콥트 교회는 기독교 동방정교회의 한 종파로, 1억 인구의 이집트에서 10%가 신도이다. 콥트 교회는 이슬람 수니가 다수를 차지하는 이집트에서 소수 종파로 많은 차별과 소외를 받아왔다고 호소해 왔다.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 콥트 정교회의 교황 타와드로스 2세에게 전화해 희생자와 유족에 위로를 전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기자를 관할하는 지자체는 이번 화재로 숨진 이들에게 10만 이집트 파운드(680만원), 부상자에게 2만 이집트 파운드(130만원)를 긴급 구호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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