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최근 탈레반 허가 없이 문을 열었던 아프간 동부 팍티아 지역의 여학교를 폐쇄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7월 30일(현지시각) 수도 카불의 비밀 학교를 떠나는 여성의 모습. 탈레반이 여학생 중고등학교 등교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각지에서 당국 몰래 운영하는 비밀 학교가 생겨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탈레반이 최근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서 일하는 유엔(UN) 여성 직원을 구금하는 일이 벌어졌다. 탈레반은 일부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했던 여학생 중고등학교 등교를 다시 막는 등 여성 인권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12일(현지시각) 유엔 아프간 대표부는 성명을 내고 “유엔의 아프간 여성 직원을 향한 사실상 당국(탈레반)의 조치에 이전보다 더 많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은 지난해 8월부터 아프간을 장악했다.
유엔은 이날 탈레반이 아프간 여성 직원들을 구금해 조사했다고 전했다. 유엔은 “무장세력이 아프간 여성 직원 3명을 임시로 구금하고 조사했다”며 “이 사건을 포함해 탈레반에 의한 아프간 여성 직원 억압에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엔은 아프간 여성 직원을 향한 협박과 괴롭힘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탈레반이 아프간의 모든 사람에 대한 국제 인권 보호 의무를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유엔 직원을 구금·조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영국 <가디언>은 “탈레반의 이번 구금·조사가 리처드 베넷 유엔 특별보고관이 아프간 인권에 대한 급진적인 변화를 촉구하면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베넷 특별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아프간에서 여성 인권이 후퇴하는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며 “탈레반은 그들의 정책을 바꾸고 여성 인권을 지켜야 한다. 그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의 지적처럼,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로 아프간에선 여성 인권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의 취업을 제한하고 여학생 중·고등학교 등교를 막은 것이다.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중·고등학교 여학생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올해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자 입장을 바꿨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약 300만명의 여학생이 1년 넘게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아프간 동부 팍티아 지역에서는 탈레반의 허가 없이 5개 학교에서 여학생 등교가 재개됐다. 하지만 이후 탈레반은 이들 학교에 대해서 등교를 불허했다. 누룰라 무니르 탈레반 교육부 장관은 11일 “학교 폐쇄는 문화적 사안”이라며 “벽지에서는 10대 소녀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을 특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일부 여학생들이 탈레반의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지만, 탈레반 병력에 의해 해산됐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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