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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요르단강 서안서 올들어 111명 살해…16년 만에 가장 많아

등록 2022-10-26 13:42수정 2022-10-26 17:12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지지자들이 24일(현지시각)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숨진 ‘사자굴’ 대원의 모의 장례식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지지자들이 24일(현지시각)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숨진 ‘사자굴’ 대원의 모의 장례식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근거지를 습격해 5명을 살해했다. 올들어 이렇게 숨진 팔레스타인 주민은 111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는 16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의 나불루스에 ‘사자굴’이라는 무장단체가 새로 만든 근거지를 기습했다고 밝혔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이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은 이날 새벽 자정을 넘긴 직후 이뤄졌으며, 이스라엘 병력이 사자굴의 근거지이자 임시 폭발물 실험 장소인 아파트를 기습해 폭파하고 저항하는 무장 대원을 저격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군의 습격으로 26~35살 사이의 청년 5명이 숨졌고 2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숨진 이들 중에는 사자굴 대원도 있지만, 이 무장단체와 무관한 민간인도 2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올들어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 주민은 적어도 111명이 됐다고 이스라엘의 인권단체 비첼렘(B’Tselem)이 밝혔다. 희생자 중에는 여성 5명과 어린이 24명이 포함되어 있다. 올해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명피해가 2006년 134명 사망 이후 16년 만에 가장 많은 해로 기록되게 됐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표 마무드 아바스는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학살 책임을 사실상 미국에 물으며, 미국이 “즉각 개입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중단시키고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무장단체 사자굴은 하마스나 팔레스타인이슬람지하드, 알아크사순교자여단 등 기존의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는 무관한 단체로, 대원도 몇십명에 불과한 소규모 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군은 올해 요르단강 서안에서 살해된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이 무장세력 대원들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 쪽에서도 병사 6명을 포함해 적어도 24명이 숨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벌어지는 이런 갈등의 소용돌이에서 올해 희생자가 커진 것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에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인 <알자지라> 방송 기자 쉬린 아부 아클레가 취재 중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의도하지 않은 사고라고 해명했으나, 현지인들은 이스라엘군이 정조준해 총격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군이 이번 사건 전부터 나블루스 둘레에 검문소를 새로 설치하고 나블루스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 왔다. 이스라엘군은 이런 조치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공격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권위가 떨어지며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사실상 잃은 것도 갈등 증가의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1994년 설립돼 향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정부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최근 부패와 무능이 겹치며 팔레스타인 주민의 지지를 잃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대표 아바스는 2005년 선거를 통해 5년 임기의 대표에 뽑힌 뒤 더는 선거도 하지 않은 채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문제 연구소인 ‘국제위기그룹’(ICG)의 타하니 무스타파는 “팔레스타인 풀뿌리 주민과 지도부의 괴리가 현장에서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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