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 테헤란/EPA 연합뉴스
이란의 화폐가치가 폭락했다. 반정부 시위 탄압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고립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 등은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이란 리알화의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리알화는 1달러당 37만리알 수준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5년 이란이 미국 등 6개 나라와 포괄적 핵합의(JCPOA)를 맺었을 당시 이란 리알화가 1달러당 3만2천리알 수준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가치가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핵합의는 이란이 핵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서방이 이란에 가해온 제재를 풀어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현재 핵합의는 중단된 상황이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합의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복원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이란은 핵합의에서 금지한 우라늄 농축 수준을 높이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 결의안에도 반발하고 있다.
특히 리알화 가치는 9월16일 ‘히잡 시위’가 시작된 시점과 비교해서도 13.8% 정도 떨어졌다. 이란에선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당한 뒤 의문사하면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정국을 흔들고 있다. 이밖에 이란이 전쟁 중인 러시아에 드론을 판매하고 있는 것도 국제사회에서 이란의 위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사회·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두고 고립된 가운데 이란의 통화 가치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란의 경제매체인 <에코이란(Ecoiran)>은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핵합의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낮게 보고 달러 구매에 나서고 있다”며 “이란에 대한 서방의 압박은 투기세력을 부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