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가 2019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형집행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치하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조사가 나왔다.
인권단체 ‘유럽의 사우디인권기구’(ESOHR)와 ‘사형집행유예’는 31일(현지시각) ‘유혈과 거짓말:무함마드 빈 살만의 사형집행 왕국’이란 보고서를 내어 사우디가 2015년~2022년 사이에 해마다 평균 129.5명을 사형집행했으며, 이는 그 이전 2010~2014년까지 5년간 연평균 사형집행이 70.8건에 그쳤던 것에 비해 82%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당시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왕실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암살한 배후로 지목되어 곤혹스러운 처지가 된 시기다.
2010년부터 따지면 2021년까지 모두 적어도 1243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지난해에만 147명이 사형당했는데, 이 중 90명이 폭력과 무관한 사건과 연루된 이들로 추정된다. 또 지난해 3월12일엔 하루에 81명의 목숨을 앗아가 하루에 가장 많이 사형집행을 한 날로 기록됐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5년 1월 아버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즉위한 뒤 고령의 아버지를 대신해 사실상 사우디를 통치하는 실권자가 됐다. 그는 여성에게도 사회생활을 좀 더 개방하는 등 사우디 사회의 광범한 개혁을 공언했으며, 무분별한 사형집행도 자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사우디의 사형제 적용은 차별과 부정의로 가득하며, 사우디 체제는 사형제 집행에 대해 국제사회에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형집행을 살인죄에만 적용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실제 사형죄를 살인죄가 아닌 범죄에 야당과 반대파의 입을 막기 위해 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사형이 이뤄진 사건에서 공정하지 않은 재판과 고문은 고질적 문제”라며 “고문을 당한 이들 중에는 미성년자 피고인도 있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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