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아프간 여성 난민들이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여성 행진에서 슬로건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슬라마바드/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의 여성들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차별정책) 개념을 젠더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8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이란과 아프간 여성들이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시작한 캠페인을 소개했다. 국제법상에서 반인권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아파르트헤이트를 인종뿐 아니라 젠더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아파르트헤이트는 1948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행된 흑인 대상의 인종차별적 분리 정책으로 현재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범죄 행위다. 유엔은 1973년 이 개념을 반인권범죄로 인정했고, 1998년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 규정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여성들은 아파르트헤이트 개념을 젠더까지 넓히면 이들 국가에서 진행되는 젠더 차별에 국제사회가 더욱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국제법상 아파르트헤이트의 정의를 인종적 위계뿐 아니라 젠더 위계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젠더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국제적 행동을 끌어내고 이를 없애기 위한 도덕적, 정치적, 법적 도구를 확장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아프간과 이란은 여성인권이 특히 처참한 수준인 국가다. 아프간은 탈레반의 집권 이후 여성들의 교육이나 경제활동이 어려워졌고, 지난해 탈레반은 아프간 국민을 돕기 위한 국제구호단체나 비정부기구의 여성직원조차 활동조차 금지했다. 이란 역시 이슬람 율법으로 엄격한 복장 규제를 두고 있다. 히잡을 제대로 안 썼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붙잡힌 20대 여성이 숨지면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리처드 베넷 유엔 특별보고관은 아프간의 여성 억압 상황이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지적하며 아파르트헤이트 개념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유엔 인권위원회가 탈레반의 여성 대우가 종교를 포함해 어떤 이유에서도 용인될 수 없고 정당화될 수 없다”며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규제의 누적 효과는 전체 인구에 치명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준다. 젠더 아파르트헤이트와 같다”고 밝혔다.
캠페인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여성 변호사 시린 에바디를 포함해 이란과 아프간의 여성인권 운동가, 법조인, 정치인, 언론인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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