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주민 권리 찾기 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은 아직은 요원하다.
두바이에서는 백인 등 고소득층의 고급주택가인 에미레이트힐 신도시 지역을 관통하는 고속도로 개통안이 발표되면서, 서양식 사고와 중동식 정치방식이 한차례 충돌을 빚을 뻔했다. 하지만 서양식 사고의 일방적 패배로 끝났다.
최근 두바이 시당국은 신도시를 관통하는 왕복 12차선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고속도로에 가까운 주택들의 값이 떨어지자, 1만여 가구에 이르는 이 지역 주민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 허용 방침에 따라 유럽과 미국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한 주민들은 서구 방식대로 언론 투고 등을 통해 계획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주민대표회의를 구성해 여론을 환기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주택 구입 시 지급한 금액에는 주변 환경까지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동의 없이 대규모 공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바이시 도로교통국장인 매타 타이어는 한 신문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미국이나 유럽에 살고 있지 않다”며 “유럽이나 미국에서처럼 주민의 동의를 얻기 위해 계획을 5년씩 지연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민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올해 안에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두바이/안혜진 통신원 losoioahn@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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