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의 인권변호사와 활동가들이 29일(현지시각) 수도 카팔라의 헌법재판소에 동성애금지법의 위헌심판을 청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동성애 행위를 하면 최고 사형까지 처벌할 수 있는 법이 발효됐다. 국제 인권단체와 미국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우간다 대통령 요웨리 무세베니는 29일(현지시각) 국제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의회를 통과한 ‘동성애금지법’에 서명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법은 미성년자 또는 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HIV) 감염자와 동성애를 하는 경우 등을 “악질적인 동성애”로 규정하고 사형까지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악질적인 동성애를 시도한 것만으로도 최고 14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간다 의회 의장 아니타 아몽은 성명을 내어 “마침내 대통령이 우리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며 “그동안 우리나라의 이익을 위해 온갖 압력에 맞서 노력해온 의회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법안 서명을 반겼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지난달 의회를 통과한 동성애금지법에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의회는 애초 법안에서 단순히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로 밝혀졌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빼는 등 몇 가지 사안을 조정한 뒤 재의결했으며, 이번에는 무세베니 대통령도 법안에 서명했다.
인권단체는 곧바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청구했다. 우간다에서 동성애금지법은 2014년에도 발효됐으나, 법원이 “의회에서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며 무효화된 적이 있다.
유엔 인권사무소(HRO)는 이 법에 대해 “성소수자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침해하기 위한 레시피”라며 “가혹하고 차별적인 동성애 반대가 법률로 성립된 데 경악한다”고 밝혔다. 유엔 에이즈프로그램은 이번 법이 성소수자에 낙인을 찍어 이들의 에이즈 감염 예방 및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우간다에서 거둔 에이즈 치료 성과가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보편적인 인권의 비극적 위반”이라며 “우간다의 결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누구도 평생 두려움에 살거나 폭력과 차별을 겪어선 안 된다”며 “이 법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는 세계인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동성애는 아프리카 54개 나라 중 30개가 넘는 나라에서 범죄화하고 있다. 동성애를 성적 지향이 아니라 외국, 특히 서방에서 수입된 못된 짓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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