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서방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서아프리카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 도심의 광장에서 4일 밤 쿠데타를 지지하는 젊은이들이 프랑스군 철수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를 갖고 있다. AFP 연합뉴스
쿠데타를 일으킨 니제르 군부가 러시아 용병 집단 바그너(와그너) 그룹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서부 아프리카에서도 서방과 러시아가 대결하는 전선이 형성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니제르 군부 지도자인 살리푸 모디 장군은 이웃 국가인 말리를 방문해 바그너 그룹의 인사와 접촉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프랑스 방송 프랑스24가 6일 보도했다. 테러리즘 연구소인 ‘수판 센터’의 와심 나스르는 말리의 소식통들과 프랑스 외교관들이 니제르 군부 지도자와 바그너 그룹 인사들의 만남을 확인했다고 에이피(AP)통신도 전했다. 모디 장군은 말리의 군사정부 관계자도 만난 뒤 니제르는 ‘새로운 리비아’가 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모임인 ‘서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ECOWAS)는 니제르 군부가 지난달 26일 쿠데타를 일으킨 뒤 구금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석방하고 헌정 질서를 6일까지 복원하지 않으면 무력개입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서방 국가들도 서아프리카공동체의 개입에 대해 지지했다. 서부 아프리카 국가들을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의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 4일 “쿠데타는 이제 적절하지 않고, 끝낼 시간이다”며 서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의 노력을 “단호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니제르와 국경을 접한 알제리의 압델마지드 테분 대통령은 4일 “어떠한 군사개입도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며 그런 행동은 알제리에 직접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방이 군사 개입한 리비아와 시리아를 들며 “군사개입을 경험한 나라들에서 현재 상황이 어떠하냐?”고 되물었다. 서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의 주축 국가로 의장국인 나이지리아에서도 상원이 무력 개입 외의 다른 선택지를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의 군사 정부도 니제르 군부에 동조하고 있다.
니제르 주변에서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미국과 프랑스 등은 서부 아프리카에서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퇴치를 위한 대테러전쟁을 벌이며 병력을 주둔하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은 니제르에 각각 1500명과 1000명의 병력을 주둔하고 있다. 니제르 군사정부는 쿠데타 뒤 프랑스 병력의 주둔을 허가한 프랑스와의 안보조약을 파기했다.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는 “니제르 군사정부가 주변국 및 서방의 개입에 맞서 민병대 무장 등 주민들을 동원한다면, 군사개입은 주변 국가들이 감당할 준비가 안 된 다면적인 내란으로 빨려들어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니제르 군사정부가 바그너 그룹에 도움을 요청함에 따라, 주변 국가들의 무력개입은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대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비화할 우려도 나온다. 서부 아프리카에서는 이미 반서방 쿠데타가 이어지면서, 군사정부들이 프랑스 등 서방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다. 말리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난 뒤 프랑스 주둔군이 철수하고, 바그너 그룹이 개입하고 있다.
러시아-아프리카동반자포럼 사무국장인 올레그 오제로프 러시아 특사는 6일 “러시아는 니제르 등 국가들의 사태를 내정으로 보고 있고, 이 과정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며 “니제르 문제에 대한 개입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반생산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느 클레르 프랑스 외교부 대변인은 “불안정을 부추기려고 하는 러시아의 기회주의적 태도가 확실하게 있다”며 러시아가 개입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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