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북서부 헤라트주 젠다 잔 지역에서 한 소년이 지진으로 사망한 동생의 무덤 옆에서 울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규모 6.3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3천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무너진 건물 잔해 옆에서 매일 밤을 지새우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7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북서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3천명에 육박한다고 탈레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진앙에서 35km 떨어진 헤라트주 주도 헤라트에서 시민들은 여진을 우려해 공원과 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다. 7일 강진 뒤에도 여덟 차례의 강한 여진이 헤라트 인근 지역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 발생 사흘째인 9일에도 규모 5.9, 4.9, 4.7 여진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인도주의 위기에 직면해있다. 지난 2021년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국제 구호단체는 아프간에서 대대적으로 철수한 상태다. 현지 의료 시스템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헤라트 주민 샤키브는 “이틀 밤을 사막에서 보냈는데, 여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라며 “내 두 살짜리 아들이 아픈데, 치료를 하기 위해 데려갈 곳이 없다”라고 말했다. 헤라트의 병원 의료진은 밀려드는 부상자, 사망자에 압도된 상태다. 이미 병원 영안실은 수용 가능 인원을 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진 발생 뒤 사흘째까지도 구조 인력이 도착하지 않아, 주민들이 맨손으로 구조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탈레반 관계자는 “구조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 우리가 진입하지 못한 지역이 있다”면서 “적어도 마을 20곳은 (지진으로 건물이) 완전히 무너졌고 사람들은 여전히 잔해 아래 있다”라고 밝혔다.
국제구조위원회는 구조 장비 부족으로 잔해에 깔린 생존자를 구출할 수 없어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셜 미디어와 국영 텔레비전 영상을 보면 탈레반 구조대원들이 폐허가 된 마을에서 어깨에 총을 메고 불도저를 이용해 잔해에서 벽돌을 끄집어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해 우려를 낳고 있다. 잔해 아래 깔린 생존자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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