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한달째 지속되는 가운데 6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어린이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피해 달리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까지 팔레스타인인 1만22명이 숨졌으며 어린이 사망자는 4104명이라고 주장했다. 라파 AFP/연합뉴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1만명 이상이 숨진 가운데, 어린이와 여성을 가리지 않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에 눈감는 미국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지금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치열한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전세계를 이끌어야 하는 미국의 리더십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6일(현지시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한달을 맞은 이날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명을 넘었고, 이 가운데 4천명 이상은 아이들이라고 밝혔다. 이에 견줘 지난달 7일 이뤄진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이후 이스라엘 쪽 사망자는 1400명으로 집계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다시 한번 “가자지구가 아이들의 무덤이 되어 가고 있다”며 즉시 정전을 호소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하마스와 관계없는 여성·어린이들이 숨져 가고 있지만, 미국은 직접적 비판을 꺼리고 있다. 나아가 전세계가 강력히 요구하는 ‘휴전’은 물론 ‘인도적 적대행위 정지’마저 따르길 거부하는 이스라엘을 강하게 압박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보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설득한 데 이어, 6일엔 직접 전화 회담에 나서 ‘잠시 공격을 멈출 것’을 요구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백악관은 회담 결과를 전하며 “두 정상이 전술적 (적대행위) 정지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지난해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때 러시아에 날카로운 비판의 날을 세웠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 때문에 일부 아랍 지도자들은 지난달 2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평화회의 때 “러시아는 인도주의 위반으로 비난받았는데, 이스라엘이 그렇지 않은 것은 (서방 국가들의) 위선”이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미국 국무부 등 실무 부서에서도 미국의 위선을 지적하는 내부 비판이 잇따르는 중이다. 그러자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는 7일 미국 ‘폴리티코’와 한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계속되며 “동정적인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잦아들었다”며 “앞으로 2~3주 혹은 그보다 빨리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단 라파흐에서 팔레스타인 소년이 팔에 붕대를 감고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사이에 난 길을 걸어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지금처럼 이스라엘에 ‘이중잣대’를 들이대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리더십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중의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며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실망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칠레·콜롬비아·볼리비아 등은 이미 이스라엘이 국제 인도법을 위반했다며 국교를 끊거나 대사를 소환해 강하게 항의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를 두고 “이번 전쟁에서 서방이 가자지구에서 잃어버린 건 ‘글로벌 사우스’”라고 꼬집었다.
한편,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6일 “하마스의 주요 거점인 가자시티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현장 지휘관 여러명을 사살했고, 반격 능력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 전투공병대가 하마스의 거대한 터널 네트워크를 발견해 파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날 밤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내 알쿠드스 병원 주변을 공습해 “정문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 미사일 두 발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홍석재 김미향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