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들의 가족들이 국방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나흘 동안 전투를 멈추고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7일 전쟁이 시작된 지 47일 만에 처음으로 의미 있는 합의가 나왔지만, 이스라엘은 이후로도 하마스 제거를 위한 군사행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22일(현지시각) 새벽 성명을 내어 “정부는 오늘 인질들의 귀환을 위한 첫 틀(outline)을 승인했다”며 “여성과 아이들로 구성된 최소 50여명의 인질이 나흘에 걸쳐 풀려나고 이 기간에 전투가 중지된다. 10명의 인질이 추가로 풀려날 때마다, 전투 중단되는 날이 하루가 추가된다”고 밝혔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23일부터 인질 석방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타르와 함께 협상을 중재한 이집트의 국영 카헤라 텔레비전은 23일 오전 10시(한국시각 오후 5시)부터 전투가 중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정부가 제출한 합의안을 놓고 21일 밤부터 회의를 열어 약 6시간에 걸친 격론을 벌인 끝에 22일 새벽 투표를 진행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찬성 35표, 반대 3표로 승인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하마스도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여성과 아이들 150명이 풀려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 발표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나흘 동안 △가자지구 전역에서 전투 중지 △의약품·연료 등을 실은 인도주의 지원 트럭 수백대의 진입 허용 △(가자지구 남북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인) 살라딘(살라훗딘) 도로를 통한 이동의 자유 보장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하마스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기습 공격을 벌여 240여명에 이르는 인질을 끌고 갔다. 이후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는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공격이 이어지며 20일 현재까지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 1만1천여명이 숨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합의는 어디까지나 ‘일시적 전투 중지’라며 전쟁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정부와 군은 모든 인질을 귀국시키고,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고, 가자지구로부터 이스라엘에 새로운 위협이 없도록 하기 위해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21일 밤 전시 내각 임시회의 때 “우리는 전쟁 중이고 전쟁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임시 휴전안에 합의한 것은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적인 반발 여론이 커지고, 국내에서도 인질 석방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압력이 강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협상 타결 뒤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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