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정책 이을듯…연정 상대따라 강경정책 등장할수도
이스라엘의 ‘영구적 국경’과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를 결정지을 총선이 28일 실시됐다.
이스라엘 언론들이 선거 직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31개 정당 가운데 집권당인 카디마가 크네세트(의회)의 120석 가운데 34~35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 좌파인 노동당은 20~21석, 리쿠드당은 13∼15석을 차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빈곤층인 옛 소련 출신 이민자들을 기반으로 한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누’가 막판 돌풍을 일으키며 12석 정도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선거는 ‘죽은 샤론(카디마당)이 산 네탄야후(리쿠드당)를 무릎꿇리는’ 구도로 진행됐다. 아리엘 샤론 전 총리는 지난 1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3개월째 혼수상태여서 이미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샤론에 대한 신뢰와 동정이 이어지면서 그가 창당한 카디마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켜 왔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권한대행은 전임자인 샤론의 유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가운데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는 곳에서는 철수하고, 동예루살렘과 주변 요충지를 이스라엘로 합병해 2010년까지 국경을 확정짓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땅이다. 이번 총선은 팔레스타인 분리와 국경 문제에 대한 이스라엘의 국민투표로도 해석된다.
올메르트 총리 대행은 이슬람주의단체 하마스가 주도하는 새 팔레스타인 정부와는 결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경문제는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의 계획대로 동예루살렘 등이 합병되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미 거대한 분리장벽으로 서안의 주요 지역을 에워싸고 있는 이스라엘의 국경계획이 진전될수록 팔레스타인과의 긴장과 충돌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우파의 역할도 변수다. 카디마는 애초 4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판에 의석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정을 구성해야 할 상황이다. <비비시>는 카디마가 중도좌파인 노동당과 연립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스라엘 베이테누 등 극우정당들과 연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팔레스타인에 대해 더욱 강경한 정책이 등장해 먹구름이 더욱 짙어질 수 있다.
이스라엘 인구 680만명 중 성인 등록유권자는 450만명이며, 전국을 단일선거구로 하는 비례대표제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돌아간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